◎“한솥밥 먹어야 한식구” 화합문화 실현/현장에도 사옥에도 구내식당부터 챙겨/협동의 가래질경영론· 정도경영론 무장/보수이미지 탈피 「2000년 1등」목표 힘찬 발걸음대림그룹의 주력사인 대림산업의 건설현장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림의 공사현장 어디를 가든지 이른바 「함바집」을 쉽게 볼수 있다. 대림은 건설현장이나 사옥을 지을 때도 구내식당부터 만든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구내식당을 없애고 있지만 대림만은 사원식당을 고집하고 있다. 서울 수송동 옛 사옥에도, 여의도에 새로 지은 신사옥에도 이 구내식당은 자리하고 있다.
대림이 구내식당을 고집하는 것은 창업주인 고 이재준명예회장의 지론때문. 고 이명예회장은 『노가다(건설현장근로자)의 기본은 한 솥밥을 먹는데 있다』며 함께 식사하는 것을 항상 강조했다.
그는 『힘이 아무리 장사라해도 가래질을 혼자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자루를 양편에서 잡는 사람과 줄을 잡는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야만 가래질을 할 수 있듯이 한 사람이 똑똑하다고 조직이 잘 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가래질 경영론」을 펼치며 협력과 중지를 중시했다.
대림의 회사마크도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협동과 전진을 상징하는 표상이다. 대림의 기업이미지를 한 마디로 함축하고 있는 심벌이다.
이런 전통에 대림그룹의 어느 사무실을 들어가도 화합된 모습을 금방 발견할수 있다. 동료간에는 물론이고 상하간에도 서로 우애와 애정이 넘쳐난다. 부서간의 협조나 체육대회와 같은 그룹 차원의 행사에서는 협력과 팀워크가 단연 돋보인다.
대림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질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잘못이었다는 것을 이내 깨닫게된다.
지난 50여년간 건설업에 주력해온 대림의 역사가 말해주듯 대림맨들은 공사현장에서 형성된 명령계통이 몸에 배어있다. 때문에 평소 무질서하게 보일 만큼 친숙하게 지내지만 업무와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위아래가 지켜진다. 평소에는 아무리 가까운 후배라도 일을 잘 못하면 가차없다.
그러나 이런 대림만의 친숙한 문화는 세태의 흐름에 적응이 늦은 점이 많다는게 흠이라면 흠이다. 이런 이유로 대림에는 아직도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음주문화를 꼽을 수 있다.
대림에는 대형건설공사를 시작할 때나 그룹체육대회와 같은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고사를 지낸다. 여기에는 막걸리가 빠지지 않는다. 사물놀이패의 흥겨운 농악은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신입사원이 들어오거나 부서회식 때면 아직도 커다란 냉면그릇에 막걸리를 가득 따라 단숨에 들이켜는 「냉면그릇주」, 군화에 막걸리를 따라 돌려 마시는 「군화주」를 마신다. 맥주 두 잔을 한 손에 포개들고 마시는 이른바 「대림맥주」도 대림을 대표하는 술문화다. 조금은 촌스럽고 신세대들은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술문화이지만 대림의 문화로 오래 남을 대목이다.
대림에 이같은 문화가 형성된 근원지는 어딜까. 그것은 아무래도 대림의 사업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는게 대림산업 허성견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대림의 주력사업은 건설과 석유화학을 두 개의 축으로하고 있다.
여기에 건자재와 자동차(오토바이), 수산업 등이 하부구조를 받치고 있다. 이들 산업 모두 중간재거나 원료다. 올해로 창립 57주년을 맞으며 매출규모 4조5천억원의 재계 랭킹 13위의 대림이지만 일반인들에게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투박하지만 꾸미지 않은 대림의 순수한 문화는 바로 이런 사업구조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재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과 달리 외부에 드러내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게 대림의 경영철학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고 이재준 창업주와 뒤를 이은 이준용회장의 경영철학도 한 몫하고 있다. 이회장은 『1 등을 못해도 좋으니 원칙대로 하라』고 강조한다.
겉으로 포장된 껍데기 1위가 아니라 원칙과 정도를 걸어야한다는 게 이회장의 지론이다. 이회장의 이런 경영철학은 대림이 내걸고 있는 「한숲정신」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런 철학은 치열한 쟁쟁을 벌여야 하는 영업현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수주를 못해도 좋으니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 대림맨들의 영업원칙이자 전략이다. 뒷돈이나 거나한 접대를 요구하는 경우 과감히 거절한다.
창업주 고 이명예회장은 영업을 하면서 설렁탕 한 그릇 이상은 절대 대접하지 말도록 엄명을 내린 바 있다. 이 때문에 70∼80년대에는 건설과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대림 설렁탕」이 화제가 됐었다.
대림은 이같이 모든게 「구식」이고 세련되지 못하다. 하지만 한번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어느 그룹에 못지 않은 폭발적인 힘으로 밀어붙이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기업문화를 반영하듯 대림그룹의 의사결정은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상부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회사의 이익이되면 모두가 협심해 이루고 있다.
그런만큼 대림그룹의 핵심부서인 기획조정실인원은 20명정도에 불과하다. 각 계열사 중심의 자율경영이 벌써부터 정착돼 신규사업의 참여와 같은 핵심업무를 제외하면 모든 업무가 계열사로 위임돼 있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이나 투자 등과 같은 사안도 계열사 사장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룹의 승인 절차를 거치기는 하지만 지금껏 계열사가 결정한 사안에 그룹이 제동을 건 적은 거의 없다.
이는 「경영도 전문가 영역」임을 강조하고 있는 이준용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대림은 이런 의사결정 구조가 체질화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의사결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일단 결정되면 추진은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수산물 가공업체인(주)삼호의 인수나 정보통신 사업의 참여, 제약원료사업 참여에서도 수개월 동안 숙고를 했지만 결정은 신속했다. 1년 이상의 장고끝에 지난해 설립한 대림정보통신은 지금 빠른 추진력으로 시스템통합, 컨설팅, 네트워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을 중시하는 순박하고도 끈끈한 대림의 기업문화는 무한경쟁시대로 표현되는 21세기 경영환경을 헤쳐나가는데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반성론도 내부에서 일고 있다. 변화에 대한 적응이 느리고 계열사 중심의 조직구조는 창의성과 시너지를 필요로 하는 21세기 기업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건설과 석유화학을 토대로 앞으로 건설 엔지니어링과 정보통신 등 차세대 유망분야로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대림으로서는 새로운 사업환경에 맞는 문화의 창출이 최대의 숙제다.
대림은 이에따라 「변화와 개혁」이란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룹의 21세기비전인 「대림 21」이 바로 그것이다. 「대림 21」은 「2등도 좋다」는 기존의 안이한 사고의 틀을 깨고 「2000년 1등」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건설과 석유화학에 주력해온 대림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내세운 「대림 21」은 2000년 건설부문 1위와 1인당 생산성의 5배 늘리기 등이 실천사항이다. 또 건설, 유화 외에 정보통신과 엔지니어링, 제약 등으로 주력 사업구조의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대림은 이를위해 최근 절약, 간소, 책임, 신속을 내용으로 하는 「SELF」운동(고려개발)과 의식혁신, 사무혁신을 위한 「다이어트 프로 50운동」(대림산업), 청년중역회의(서울증권) 등을 추진하면서 보수적인 기업이미지탈피에 안간힘으로 쏟고 있다.
이준용회장은 지난 94년 창립 55주년 기념식사를 통해 95년을 「공격경영의 원년」으로 설정하고 임직원들에게 채찍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위해 원로 경영진은 후선으로 퇴진시키고 40대의 젊은 경영진을 주력사의 사장으로 전진배치해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조직창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보수와 전통으로 반세기를 넘어서고 또다른 반세기를 위해 큰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대림이 21세기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설지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민병호>
◎대림의 상징/대림의 우리말 표현 「한숲정신」/미래창조·고객신뢰·인간존중 등 3대축/창업주 정신 계승 조화·정직이념 추구
1만여명의 대림가족들에게는 공통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한가지 있다. 이름하여 「한숲」.
대림의 사보는 「한숲소식」이고 사보의 칼럼이름은 「한숲칼럼」이다. 이밖에 한숲문화상, 한숲테니스회등 대림과 한숲은 이음동의어다. 신입사원들이 가장 먼저 교육받는 것도 「한숲정신」.
한숲은 말 그대로 크고 넓은 숲을 가리킨다. 대림을 우리말로 풀어쓰면 한숲인 것이다. 풍요로움과 쾌적함,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큰 숲의 정신을 대림맨들은 추구하고 있다. 대림은 21세기를 향한 도약의 발판으로 미래의 대림을 만들기 위해 그 정신적 뿌리를 한숲에서 찾고 있으며 한숲정신을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다.
이런 한숲정신은 대림이 추구하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숲은 조화를 추구한다. 대림맨 역시 콘크리트를 퍼올리고 댐을 쌓을 때에도 그것이 마음과 몸에 적합한 가를 먼저 생각하고 행한다.
큰 숲은 멀리서, 또 높이 올라가야만 볼 수 있듯 한숲맨들은 멀리 내다본다. 단기승부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데 더 힘을 쏟는다. 숲은 정직하다. 대림맨들은 공사를 수주하거나 제품을 팔 때도 편법을 쓰지 않는다. 언제나 바른 길을 걸으려고 한다.
대림이 한숲이란 말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창립 50주년 기념식이 열렸던 지난 89년 10월부터다. 대림은 21세기 초우량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면서 한숲정신을 그들의 경영이념으로 선언했다. 창업주인 고 이재준 회장 시절부터 면면이 이어오던 것을 이 때 공식화한 것이다.
한숲정신은 미래창조와 고객신뢰(정직), 인간존중을 3대 축으로 하고 있다. 이를위한 실천강령으로 ▲멀리 내다본다 ▲새로운 것을 찾는다 ▲자기 일에 으뜸이 된다 ▲팀워크를 이룬다 ▲고객을 잘 안다 ▲약속을 지킨다 ▲근검절약한다 등 7가지를 택했다.
재계 13위 대림의 오늘을 키워왔고 지탱하고 있는 바로 이 한숲정신이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