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전화를 받아도 요금을 내야 하나요?”
“업무상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 경우가 많은 상인들은 어떡합니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휴대폰 과소비를 막으라는 지침을 내린 후 전화를 받는 사람도 요금을 내는 쌍방향 요금제와 많이 사용하면 요금이 늘어나는 누진 요금제가 검토되면서 소비자ㆍ시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두 요금제 모두 국내의 시장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접근이기 때문이다.
쌍방향 요금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이 전화 사용 자체를 꺼리기 때문에 이동통신 산업이 극심하게 위축될 수 있다. 누진 요금제는 사용량이 많으면 요금을 깎아주는 것과는 반대방향 이어서 오히려 시장친화적이지 못하다. 즉 요금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휴대폰 사용을 억제시켜 통신비를 강제로 내리는 셈이다.
결국 짧은 시간에 무엇인가를 보여주려다 보니 인수위의 통신 정책만 갈지(之)자 형태로 우스운 모양새만 됐다. 인수위는 올해 초 이 당선인의 20% 인하 발언 후 업계의 반발이 크자 인위적인 방식으로 요금을 낮추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미리 준비된 정책을 공론화시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이슈만 툭툭 던지는 형식처럼 비춰지고 있다.
통신비용을 내리는 것은 누구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통신요금이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정도로 식료품ㆍ교통ㆍ교육비에 이어 4번째를 차지하기 때문에 요금인하 이슈는 매번 선거철만 되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정치인들에게는 지지율을 높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이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금을 내리는 방식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인위적인 방식으로 통신요금을 낮춰버리면 시장경제에 어긋날 뿐더러 전형적인 포퓰리즘이 돼버린다. 그렇다고 시장자율경쟁에 맡겨버리면 후발사업자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자칫 판 자체가 완전히 깨져버리게 될 우려가 높다.
당장 정책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서민들의 생활도 중요하지만 정해진 목표에 얽매여 조급히 진행하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되기 쉽다. 산업발전과 소비자부담 완화라는 두 과제 사이에서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