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美 갤러리 없었다면 국내대회?… "한국 1등=세계 1등" 재확인

‘토종’ KLPGA 선배 서희경과 연장전 끝 우승


‘토종’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끼리의 연장 승부, 한국 선수들의 샴페인 축하 세리머니…. 미국인 갤러리만 없었다면 KLPGA 투어의 여느 대회로 착각할 만한 풍경이었다. 12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인 제65회 US여자오픈은 한국여자프로골프의 힘을 과시한 명승부의 무대였다. 연장 혈전을 펼친 두 주인공은 초청 선수로 출전한 KLPGA 투어 멤버 유소연(21ㆍ한화)과 KLPGA에서 활약하던 올해 LPGA 무대 루키 서희경(25ㆍ하이트)이었다. 최연소 생애 그랜드슬램에 도전한 청야니(22ㆍ대만)로 시작된 이번 대회가 결국 한국 잔치로 끝난 것이다. 여자골프계에서 ‘한국 1등이 세계 1등’이라는 공식이 재확인됐다는 점에서 유소연의 메이저대회 제패는 그만큼 의미가 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선수가 LPGA 무대로 진출하는 길은 험난했다. 퀄리파잉(Q)스쿨 통과가 유일한 방법이었다가 한국에서 LPGA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전신은 CJ나인브릿지클래식)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이 대회 우승으로 직행 티켓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통로는 좁았다. 그러나 최근 이른바 ‘신지애 식 진출’ 경로가 새 길을 열었다. 국내에서 활약하며 세계랭킹이나 국내 상금랭킹을 끌어올려 LPGA 대회에 초청을 받는 것이다. 한국 무대를 평정했던 신지애(23ㆍ미래에셋)가 3년 전 LPGA 투어 비회원 신분으로 우승하며 새 길을 열었다. 이번 유소연 역시 KLPGA 상금랭킹 4위 자격으로 출전받아 ‘대형 사고’를 낸 경우다. 이는 LPGA 한국군단의 맹활약과 더불어 한국 투어의 규모가 커지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지난 2005년부터 KLPGA 선수 2~3명을 일부 메이저대회에 초청한 LPGA 투어 측은 2007년 모든 메이저대회에 3명씩, 2009년부터는 5명씩으로 늘렸다. Q스쿨 준비나 2부 투어 활동 등을 위해 시간과 경비를 쏟아붓지 않아도 국내 투어에서 상금랭킹이나 세계랭킹을 끌어올리며 기회를 노릴 여지가 충분해진 것. 이로써 끊임없이 해외 스타를 배출하면서 국내 투어의 선수층이 유지되는 효과를 얻게 됐다. ‘원조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41ㆍ스웨덴)은 이날 골프다이제스트 기고를 통해 “두 명의 젊은 한국 선수가 US오픈 우승을 놓고 연장 대결을 벌인 것은 그 만큼 골프가 세계화됐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한국 투어의 수준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는 코멘트다. 유소연은 이날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골프장 동코스(파71ㆍ7,047야드)에서 재개된 대회 4라운드 잔여 3개 홀에서 1타를 줄여 전날 선두(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로 경기를 마친 서희경과 극적으로 동률을 이룬 뒤 3개 홀 연장전에서 2타 차 승리를 거두고 우승컵에 입맞췄다. 1998년 박세리, 2005년 김주연, 2008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5번째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미국 무대 첫 우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한 유소연은 58만5,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LPGA 투어 멤버가 아닌 한국 선수로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것은 2008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신지애에 이어 두번째이고 메이저대회에서 한국 선수끼리 연장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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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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