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현장을 누비는 총수들”/자동차 산업

◎“한대라도 더 팔자”/공장에서 매장으로 밤낮없이 동분서주『더도 안바라겠습니다. 나 만큼만 뛰어주십시오.』 요즘 이종규쌍룡자동차 사장은 하루에도 몇번씩 이같이 말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임직원들이 이를 따르는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정을 알고 보면 그게 아니다. 이사장의 출근시간은 상오 7시, 퇴근은 밤 10시다. 퇴근시간은 늦으면 늦었지 빠른 경우는 거의 없다. 임원회의는 7시다. 직급별, 분야별 회의는 수시로 열린다. 김선홍 기아그룹회장과 김영귀 기아자동차사장을 여의도 본사에서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장밀착경영을 실천하면서 생산, 판매, 서비스 현장을 더 자주 찾기 때문이다. 기아는 올들어 판매 부진을 보이면서 생산현장에 대한 독려가 최고경영자들의 주 업무가 됐다. 「현장을 뛰는 최고경영자.」 자동차 업체에서는 더이상 새로운 일도 아니다. 국내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현대자동차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세영 명예회장, 전성원 부회장은 스위스, 유고, 러시아, 중국 등지로 뛰고 있다. 국내 시장이 침체를 보이면서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게 절박한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에서는 정몽규 회장과 박병재 사장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영업소를 찾아 판매사원들을 격려하며 국내외 생산 및 판매현장을 찾아 판매확대를 위한 방안을 찾느라 부산하다. 정회장은 『내수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유지하자』는 것을 지난해에 이어 지상목표로 강조하고 나섰다. 박병재 사장은 『97년은 열한달이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1월중 노동법 개정과 관련된 파업으로 사실상 개점휴업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직 목표를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비장하다. 대우그룹에서 자동차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우중 회장, 김태구 자동차회장, 양재신 사장, 정해영 대우자판사장등 4인은 「신차3형제」(라노스­누비라­레간자)의 성공적 시장정착을 위해 밤낮이 없다. 「한달에 한두번 휴일을 찾기도 힘들 정도」로 그들은 현장을 뛰고 있다. 김회장은 『그룹내 자동차 매출비중을 현재의 10%에서 2000년까지 35%로 끌어올리겠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요즘 김회장이 어떻게 뛰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하나. 지난 2월 1일 상오 7시 30분. 부평 공장에 김회장이 예고없이 찾아왔다. 「상오 7시회의」를 주재하고 있던 양사장이 급한 결정을 내리고 김회장을 만났다. 김회장은 『약속대로 오늘 레간자 생산라인이 돌아가느냐』고 물었다. 2월1일 레간자 생산에 나선다는 것은 이 차 개발에 나선 3년전에 한 약속이다. 아무런 말도 없다 3년전 약속을 확인하러 현장을 찾은 것이다. 이에앞서 양사장은 『불가능하다』는 직원들을 독려하며 1주일 이상의 철야작업을 했고 그날 상오 9시 레간자 완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그 약속을 지켰다. 김태구회장은 국내외 생산정상화를 위해 서울­부평­군산을 쉴새없이 뛰고 있고 정사장은 「승용내수 40% 달성」을 위해 영업소를 누비고 있다. 김석준 쌍용그룹회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일주일에 2∼3일 평택공장을 찾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 근로자들과 대화를 하고 그룹에 구성된 자동차팀의 회의를 평택공장에서 주재하기도 한다. 삼성자동차의 임경춘 부회장과 홍종만 사장은 「98년 3월 판매」라는 지상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부산 신호공단에서 살고 있다. 『자동차사업은 내 필생의 사업이다』는 이건희 그룹회장의 의지를 실현하고 경영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출발부터 완벽함」을 위해서다.<박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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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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