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국회 529호실 강제 진입사건이 새해초반 정국에 메가톤급 뇌관으로 작용,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여권이 4일 초강경 대응방침을 거듭 확인한 반면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의 긴급기자회견 등을 통해 김대중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면서 법적·정치적 전면투쟁을 선언, 여야대치가 심화하고 있다.
이에따라 극적인 돌파구가 없는 한 지난해 정기국회에 이어 20일간 회기로 다시 열린 제199회 임시국회내에서의 민생·개혁관련 법안 등의 처리는 불투명하거나 졸속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한나라당이 여권의 비리의원 체포동의안 회기내 선별처리 방침과 관련, 실력저지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보인데 이어 임시국회을 다시 소집키로 해 이같은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의 이같은 방침을 여당이 응해줄지 아니면 오히려 강공 등으로 야당을 압박할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李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민생법안 처리 등을 전적으로 배제할 생각은 없으나 먼저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면서 사실상 국회활동 거부를 시사한 것은 이와 무관치않다.
게다가 청와대측도 강경기조를 보여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가고 언제 끝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알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여권의 강경기류로 볼 때 국민회의는 일단 5-6일 본회의에서 여야간 이견이 적은 개혁.민생법안의 처리를 마무리한뒤 7일 서상목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상정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해들어 경기가 조금씩 풀려나가는 분위기인데 여야를 떠나 정치가 경제회생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난이 만만치않다.
청와대 박지원 대변인이 이날 李총재의 기자회견후 논평을 통해『우리 국회가 하루빨리 민생.개혁 입법을 함으로써 국민이 바라는 소망스러운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며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것이 좋은 예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한 李총재의 강공구사가 세풍 등 각종 현안으로 부터 벗어나는 등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다중포석적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되는 것도 이번 사건의 종결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준다.
이같은 여러 사정을 감안, 여야는 이번주 내내 단독처리 시도, 실력저지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거듭하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7일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우여곡절끝에 시급한 민생·개혁법안 등이 처리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徐의원을 선별한 체포동의안 처리의 경우 무산여부를 떠나 한나라당은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회의가 이날 이번 사건에 맞대응, 사정대상에 대한 체포동의안 「선별처리」입장을 다시 밝힌 것은 이와관련이 있다. 한나라당이 고민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안기부의 정치사찰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다 급기야 여야간 대치가 격화되고 있는 이번 사건은 경제회생이라는 대명제아래 어느 정도의 공약수를 모색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여권이 이번 사건을 정계개편 가속화 계기로 본다면 여야관계와 새해정국은 한치 앞을 가늠할 수가 없을 전망이다.【양정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