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누구를 위한 조세개혁인가

[목요일 아침에] 누구를 위한 조세개혁인가 김희중 jjkim@sed.co.kr 대통령이 "세금 좀더 내세요"라고 말한 뒤부터 범정부 차원의 세금 쥐어짜기 작전이 전개되고 있다. 인정사정 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기세에 겁이 날 정도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의 칼을 날카롭게 세웠다. 그 서슬에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회사들도 납작 엎드렸다. 재정경제부는 세원확보에 총력전이다. 중장기라는 단서가 붙은 조세개혁이라지만 징세강화를 에둘러 표현했을 뿐이다. 여론이 들끓고 5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상황에 밀려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재정여건을 감안하면 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방안대로라면 서민들은 더욱 죽을 판이다. 보충학습, 운전, 무도, 예ㆍ체능, 꽃꽂이 등 학원 수강료와 장례, 화장, 청소, 생활폐기물 수집, 아파트 관리비, 생리용품 등 교육과 의료보건 서비스에도 10%의 부가세를 물어야 한다. 지난 2000년 35%로 오른 소주세는 현재의 72%에서 다시 2배나 넘는 150%까지 오른다. 국민건강을 염려해 담배에도 흡연억제세라는 세금이 붙는다. 쥐꼬리만큼 오르는 월급이 뜀박질하는 세금ㆍ연금ㆍ의료보험을 따라가지 못하니 계층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양극화 해소,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보장 확대, 남북통일 등에 대비한 재정수요를 감안할 때 세수확대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양극화 대책이고, 조세개혁인지 의문이다. 없는 사람을 위해서라지만 있는 사람이 돈을 쓰지 않으면 없는 사람은 더 죽게 마련이다. 세원확대 방안도 그렇다. 없는 사람이 더 힘들게 생겼다. 학원비에 붙는 부가세의 경우 돈 많은 부유층이야 그까짓 몇 만원에 눈 하나 깜작 하겠는가. 사교육비로 등골이 휘는 서민가계에는 그야말로 고통이다. 직업능력을 개발하려는 수강료에도 부가세가 붙으면 저소득층이 더 나은 직장을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승을 정리하는 마지막 단계인 장례에도 부가세를 물린다는 대목에서는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세금의 덫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重稅 피해자는 결국 서민 세원을 발굴하고 비과세ㆍ감면을 줄이면 세수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듯이 경제도 한쪽이 좋으면 다른 쪽은 나빠지게 마련이다. 징세강화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들이 증세보다는 감세정책을 택하는 것도 감세가 경제회복에 더 큰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또 중산층 이상의 주머니를 털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축소지향적 방식의 복지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동체가 나눌 수 있는 파이를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의 효율과 민간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생산과 소비가 활발히 일어나고 고용이 창출되는 선순환적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기 힘들다고 했다. 고기를 잡아다 주면 백성은 게을러지게 마련이다. 그물을 줘야 한다. 살맛 나는 사회를 만들어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엊그제 서울시가 시작한 취로사업에 참석한 노숙자들의 한결 같은 반응은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세상에 등을 돌린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부터 과감히 군살 빼야 약탈이란 다름 아니다. 생존에 위협을 줄 정도로 심하게 빼앗아가는 것이 바로 약탈이다. 국민들이 지금 정부의 중세(重稅) 정책에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것을 약탈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려면 스스로 군살을 빼는 게 도리다. 경험미숙과 현실성 없는 의견제시로 국정운영의 효율성만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각종 위원회도 과감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부터 솔선수범하고 난 뒤 국민에게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과도한 세금을 이겨낸 백성도 없었고, 백성의 원성을 끝까지 이겨 낸 국가도 없었던 것이 동서고금의 교훈이다. 매일 역사와 대화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6/02/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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