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진국 '일본 살리기' 나선다

선진국들이 일본경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회생해야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확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경제기획청은 6일 일본의 98년도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이 당초 1.9%에서 마이너스 1.8%로 대폭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일부 민간연구소는 올해 실질성장율이 마이너스 2.5%까지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97년도의 마이너스 0.7% 보다 크게 악화된 전후 최악의 수준으로 일본 경제의 심각성을 대변해주고 있다. 일차적으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의 공동 노력을 촉구하면서 일본의 경기부양을 지지하고 나섰다. 클린턴은 5일 『금융위기 극복은 세계 모든 국가들에 영향을 주는 문제』라며 『일본의 신속한 경기부양책 시행 등 주요 선진국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 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도 금융 활성화를 통한 일본경제 부양을 촉구했다.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우선 일본 정부가 파산 직전에 몰린 은행에 충분한 공공자금을 신속하게 투입하도록 요청했다. 이는 현재 일본의 여야가 협의중인 「부실은행 조기건전화 계획」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이다. G7이 개별국가의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일본 경제회생에 대한 선진국들의 관심이 남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일본 금융기관들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100조엔에 근접하는 대규모 부실채권문제로 극심한 고민에 빠져있는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시아의 외환·금융위기가 심화하면서 안팎에서 협공을 받고있는 신세로 전락했다. 금융기관은 세계적인 영업활동을 위해서는 국제결제은행이 권장하는 자기자본비율 8%를 유지해야 하나 현재 이 기준을 지키고 있는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져있는 실정이다. 자칫하면 국제영업마저 할 수 없는 초라한 신세로 영락할 조짐이다. G7은 특히 성명에서 『일본 경제의 회복이 세계경제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며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책임이 막중함을 강조했다. 성명은 또 『일본 정부가 내수 주도의 성장 촉진을 위해 충분하고도 지속적인 자극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진국들이 일본경제 회생을 위해 공조에 나설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는 6일 의회에서 『경제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극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일본경제 회복의 최대 현안인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경기회복 기반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제회생을 요망하는 서방 선진국들에게 화답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오부치의 발언은 지난 7월 총리 취임 이래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지지율과 경제지표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정치 생명을 걸고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98년도 제2차 추경예산안의 사업 규모를 당초의 10조엔(650억달러)에서 더 늘려잡는 한편 중·저소득층의 감세를 중심으로 한 7조엔 규모의 소득·법인세 영구감세방안 등 새로운 경제대책을 이달 중순에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6일자에서 『일본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예산이 20조~30조엔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오부치 정권의 경기부양이 성공하기 위해 필수 조건인 정국안정이 쉽사리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어서 일본경제 회복에 난관으로 작용할 조짐이다. 무엇보다 일본 야당들은 G7이 공공자금을 투입해 금융기관을 보호하도록 촉구한데 대해 즉각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13조엔의 공공자금을 투입하자는 자민당안이 은행의 재무상태 공개는 물론이고 부실 대출에 책임이 있는 은행 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수반되지 않고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금융회생 관련 법안 처리가 또다시 교착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금융회생법안 및 경기부양책 등이 시급히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한 일본경제가 침체의 수렁으로 휘말려 들어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공산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인철 기자】 <<영*화 '네/고/시/에/이/터' 애/독/자/무/료/시/사/회 1,000명 초대(호암아트홀)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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