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SI업계 저가입찰 극성/“따고보자” 발주액 절반 응찰 속출

◎제살깎기경쟁 한몫… 담합의혹도「1원이라도 좋으니 일단 수주하라」 한 동안 잠잠하던 저가 입찰 「유령」이 또다시 시스템통합(SI) 업계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발주자가 계획한 예산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가 등장하고, 애써 만든 수백쪽의 입찰 제안서가 저가 입찰로 인해 휴지로 변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또 영업사원에게 수천만원씩의 영업비를 지급, 수주를 위한 로비자금으로 쓰고 있다는 소문마저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지난달 정보통신부가 발주한 우편업무 전산화 사업. 정통부는 23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최종 낙찰가는 19억원대. 정부가 업체에 주겠다고 마련해놓은 예산보다 4억원이 적은 규모였다. 그러나 수주사인 K사가 당초 제안한 금액은 22억원대. 거의 예산에 근접한 금액이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 있었다. 입찰에 참여한 2개의 경쟁업체 중 H사가 턱도없이 11억원을 써내는 바람에 K사는 앉은 자리에서 3억원을 도둑맞아야 했다. H사는 수주 대신 업계의 빈축만 샀다. 지난해 10월 7개 주요 SI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D공사 전산화사업. P사는 기술심사에서 1위를 하고도 눈물을 머금고 H사에 수주권을 넘겨야 했다. 낙찰금액은 2백50억원대. P사는 3백20억원을 써냈다. 문제는 D공사가 단 사흘만에 업체를 선정했다는 점. 업체당 토플책만한 제안서를 1, 2권씩 냈는데 이를 사흘만에 검토한다는 것은 무리다. 저가입찰에 대한 담합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당시 참여자들의 추측이다. 지난 1월 S사가 20억원대에 수주한 조달업무 EDI(전자자료교환) 프로젝트도 경쟁사가 제안한 금액보다 반값에 불과, 저가입찰이라는 비난을 샀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는 『최근 경기침체로 대외 SI 프로젝트의 발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위기감을 느낀 업체들이 제살깎기 출혈경쟁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SI업계는 발주처가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격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익성이 좋지 않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SI업계는 이제 이같은 주장을 더이상 되풀이 할 수 없게 됐다.<이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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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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