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객 유혹하는 ‘컬트 브랜드’의 비밀

■ 왜 그들은 할리와 애플에 열광하는가 (더글라스 애트킨 지음, 세종서적 펴냄)<br>특정 브랜드에 이끌리는 현상 구체적 설명<br>광적 종교단체등 심층취재로 컬트 속성 제시

저자 더글러스 애트킨

할리데이비슨 등은 제품에 대해 열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고객들을 가졌다는 점에서 특정 사물과 인물에 대해 과도한 헌신을 바치는 컬트 집단과 비슷하다. 더글라스 애트킨은 컬트 브랜드 성공 요인으로 구매를 자극하기 이전에 인간관계와 자아실현 욕구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할리데이비슨 모타사이클 광고의 한장면.

어느 토요일. 전자상가 한 매장에서 어떤 사내가 한나절 내내 이리 저리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전시된 상품과 고객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컴퓨터를 팔기 위해 그야말로 안간힘을 쏟는다. 고객들에게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모습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가득 배어 있다.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그냥 넘어갈 수 있겠지만 만약 이 사내가 직원이 아니라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도대체 그는 무엇 때문에 이처럼 아무런 대가 없이 열성을 보이는 걸까. 세계적인 광고 대행사의 이사인 더글라스 애트킨은 ‘컬트 브랜드’(다수의 열광하는 팬을 거느린 브랜드)라는 독특한 개념을 들먹이며 브랜드 매니아들을 추적한다. 브랜드의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실전 전략에 관한 책들은 아주 많지만 특정 브랜드에 이끌리는 현상을 감성적ㆍ심리적 요인을 통해 설명하는 책은 쉽게 찾기 힘들다. 애트킨은 특정 브랜드에 미치는 소비자의 속마음을 파헤치기에 앞서 열성적인 소비 행위와 관련된 인간의 보편적 욕구를 살핀다. 소외감ㆍ소속감ㆍ자기실현 등 심리학 교재에서나 등장할 법한 개념들이 등장한다. 특정 상품과 소비자들을 본드처럼 딱 달라붙게 만드는 컬트 브랜드 교리들이다. 그의 취재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라는 지극히 속세적인 주제는 모르몬교, 통일교 혹은 비밀 컬트 단체 등 종교적인 단어들과 버무려진다. 그는 성공적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컬트적인 성향을 추출해내기 위해 광적인 종교단체의 열성 신도와 비밀 컬트 단체 회원, 해병대원 등 다분히 특정 대상에 놀랄만한 집착을 보이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춰낸다. 컬트의 속성을 통해 고객의 극진한 사랑을 뽑아내는 브랜드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명품 브랜드의 특성을 너저분하게 늘어 놓는 흔한 마케팅 교본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애트킨은 열광적인 고객의 충성을 확보한 컬트 브랜드와 그 고객들의 욕구ㆍ감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모르몬교나 통일교의 경우 교리를 앞세워 새 신자를 전도하듯 보이지만 실제 그의 관찰에 따르면 새 신자 입교는 기존 신도들이 우선적으로 맺는 친분 관계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 관계를 먼저 수립한 이후에 상대를 공동체로 물 흐르듯이 끌어들이는 것이다. 애트킨은 컬트 브랜드에서도 같은 현상을 발견한다. 열광적인 지지 세력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은 구매를 말하기 전에 인간관계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이들 컬트 브랜드들은 인간을 소비의 객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이 가지고 있는 본능과 욕구에 주목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올해 초 뉴욕증시에서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GM의 시가총액을 따돌린 할리데이비슨은 일반적인 상식 기준에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소속감과 자기 실현을 욕구를 채워주는데 성공하면서 컬트 브랜드로 자리 매김했다. 컴퓨터 업계의 컬트 브랜드인 애플도 마찬가지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는 IBM과 비교할 수 없지만 애플은 매장에서 기꺼이 몇 시간이고 제품에 대해 설명하려는 열광적인 신도들을 거느리고 있다.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휘하게 해주는 애플 제품만의 독특한 특성에 미쳐있는 고객들이다. 애트킨은 이들 광적인 고객들이 왜 특정 브랜드에 끌리는가에 대한 답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는 그저 판매 대상으로 전락하기 보다는 인간다운 존중을 받고 싶어한다. 자신의 자아 실현 욕구가 소비 행위에 반영되길 바란다. 애플과 할리데이비슨은 이 점을 제대로 간파하고 공략했을 뿐이다. 성공적인 브랜드를 만들려는 기업에게 애트킨은 이렇게 충고한다. “고객과 상호작용하고 의사소통 하라. 그러면 번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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