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하이일드펀드 썰물] 매수세 꽁꽁 사채시장 또 한파

"금리불안 리스크 크다" 외면…안정적인 국고채로 눈돌려회사채 시장에 또다시 한파가 몰려오고 있다. 올초 산업은행을 통한 정부의 회사채신속 인수제와 신용보증 확대로 해빙조짐을 보였던 회사채시장은 미국 등 선진국의 급속한 경기둔화와 국내금리불안 등 대내외적 여건이 악화하면서 다시 냉각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가뜩이나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 회사채시장마저 또다시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면 기관들의 자금 운용은 물론 기업구조조정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정크본드시장활성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또다시 찬바람 부는 회사채시장 찬 바람이 곳곳에서 불고 있다. 우선 회사채 발행시장엔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발행 증가추세가 이번달 들어 확연히 꺾였다. 지난해 11월(1조2,550억원), 12월(1조5,280억원), 올 1월(2조9,000억원), 2월(8조원)까지 가파르게 이어온 상승곡선은 3월 17일 현재 1조6,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유통시장의 거래량도 1월(13조원), 2월(27조원)에 비해 3월 들어 9조원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매수세도 꽁꽁 숨어버렸다. 지난달 중순 국고채 금리가 5.00%까지 떨어지자 수익성을 좇아 회사채로 매수력을 뻗친 기관들이 최근 금리가 6.3%까지 급등하면서 위험성이 부각되자 회사채를 외면하고 있다. 대한투신운용의 권경업 채권운용본부장은 "한동안 회사채 전용펀드에 하루 평균 30억원씩 유입되던 자금이 최근들어 10억원에도 못미치는 등 기관들의 관심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초 저금리기조에서 BBB급은 물론 BB급 회사채 전용펀드를 설정하겠다고 자신있게 밝힌 상당수 투신사들은 회사채펀드 설정 자체를 아예 외면하고 있는 상태다. ◇한파 왜 불고 있나 불안정한 금리 움직임이 주요인이다. 한누리증권 안동규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크게 오르면 회사채가 무위험자산인 국공채보다 위험성이 커지고, 시장관심은 오히려 안정적이고 수익성도 기대할 수 있는 국공채 및 예보채로 옮겨간다"고 말했다.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회사채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치는 경기침체 등 대외여건악화도 회사채시장을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 증권업협회 이정수 채권부장은 "전세계 경기침체로 기업들 실적이 예상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해진 데다 해외상황과 맞물려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부진해지면서 회사채 투자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3월말 결산법인인 보험사ㆍ증권사 등 회사채 주요 매수기관이 투자후 급등락에 따른 평가손실을 우려해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리예측이 어려워 회사채 사기가 두렵다"면서 "금리상승에 따른 평가손 우려로 당분간 회사채 투자는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시장 다시 불안감 확산 문제는 회사채 시장이 냉각기로 접어들면서 한동안 봄바람이 불던 자금시장에 또다시 단기 부동화자금이 늘어나고, 기관들의 운용폭은 좁아지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적으로 이달초 고려산업개발 부도로 일부 기관들이 투신권의 회사채 펀드에서 자금을 잇따라 인출하면서 투신사 유동성 문제가 수면위로 부각되고 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새마을금고연합회는 최근 내부적으로 투기등급채 투자를 보류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투신사의 하이일드 및 CBO펀드에 맡긴 자금을 수천억원씩 인출해갔다. 이로 인해 해당 투신사들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보유채권을 팔지도 못하고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였던 프라이머리CB0도 회사채시장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리가 크게 오르자 발행비용에 부담을 느낀 중견기업들이 자산풀링(편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D투신증권 기업금융팀 실무진은 "투자가들이 원하는 기업들의 채권을 편입하지 못하는 등 프라이머리CBO의 자산내역이 부실해지자 은행 등 수요처가의 호응도가 예전만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황규진 하나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금리 변동폭이 확대되는 등 채권시장불안으로 투신사의 초단기자금인 MMF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인 MMDA로 돈이 몰리는 등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H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초단기자금에 돈이 몰리고 있으나, 회사채를 비롯해 마땅한 투자대안이 없다면서 당분간 콜자금으로만 돌리는 등 단기적인 운용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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