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 "연말 불우이웃과 함께…"

법무법인 세종의 조숙현 변호사가 14일 서울 은평구 서부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장애 어린이들과 함께 케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자, 여길 봐봐. 케익은 이렇게 만드는 거야~.” 요리강습? 아니죠. 장애인과 케익 만들기? 맞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 서부장애인 종합복지관.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들이 쌀쌀한 연말, 정에 그리워하는 불우 이웃들을 돌보기 위해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 찾은 곳이다. 변호사들은 복지관 장애인들과 케익 만들기에 정신이 없다. 봉사활동에 나선 변호사들 얼굴에는 온통 케익 크림이 잔뜩 묻어 있고, 곁에 있는 어린이들도 온몸에 케익 범벅이다. 세종의 한 변호사가 “케익 만들기 쉽지 않네요”라고 말하면서 땀을 닦는 과정에 또 다시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크림을 묻히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어린이들은 “꺄르르”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김두식 세종 대표 변호사도 이날 소매를 걷고 자원봉사에 참석해 어린이 송년 파티의 리허설을 책임지기도 했다. 연말을 맞아 국내 로펌들의 자원봉사 열기가 뜨겁다. 몇 해전부터 로펌들의 공익활동이 눈에 띄게 늘긴 했지만, 단순히 성금을 모아 전달하는 ‘기부’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호사들끼리 자발적으로 봉사모임을 만들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살아있는 봉사’가 늘고 있다는 게 로펌 업계의 분석이다. 로펌 내부에서 자원봉사가 가장 활성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세종은 지난해 10월 변호사들이 세종사랑나눔회(위원장 이병주 변호사)라는 공익활동 모임을 만들어 매월 회비를 걷고, 사회복지기관을 선정해 자원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다. 장애인 시설부터 양로원, 어린이 공부방까지 봉사의 영역도 다양하다. 이 로펌의 ‘한울회’라는 여직원 모임도 적극적인 사회봉사에 나서고 있다. 한울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한미영 대리는 “버려진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사랑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뜻 깊은 일이라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국내 로펌 최초로 공익활동위원회를 만들고, 다양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다. 태평양의 공익활동위원회는 강용현 변호사를 포함, 9명의 변호사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태평양은 법인 차원에서 공익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봉사 시간을 업무 시간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 2004년 탈북자들을 돕다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게 된 선교사를 무료 변론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이른바 괘씸죄로 재임용에 탈락한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의 재임용 처분취소 소송을 수행해 서울대를 상대로 승소하는 등 다양한 공익활동도 눈에 띄고 있다. 이밖에 태평양은 장애인들의 법률지원 활동을 위한 ‘해피벨 캠페인’도 추진 중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우창록 대표변호사가 직접 공익활동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율촌은 매년 우수한 법과대학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며, 송년회를 축소하고 명절선물을 폐지해 그 비용을 연말에 사회복지법인에 전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율촌 봉사 동호회인 ‘밀알’은 매달 서울 관악구의 상록 보육원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율촌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는 다른 일반 직업인과 달리 중요한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따라서 공익활동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법무법인 화우 역시 올해 송년 행사를 치루지 않고 행사에 쓸 돈을 모아 기부할 예정이다. 화우 관계자는 “올 송년회는 각 부서별로 간단하게 회식을 하는 걸로 대신하고 대신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아 고아원, 장애시설 등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우는 회사나 개인, 사내동호회 차원에서 올해 2,000여만원의 성금을 모금, 직원들이 추천한 10개의 불우이웃시설에 직접 성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의 김앤장은 소리없이 자원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다. 김앤장 관계자는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듯이 내부적으로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게 내부방침이기 때문에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