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2월17일] 인간, 하늘을 날다

하늘이 열렸다. 1903년 12월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의 모래 언덕.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가 날틀의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1차 시도는 실패. 2차 시도에서 동생 오빌은 12초 동안 36m를 날았다. 하늘을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는 인간의 오랜 염원이 실현된 순간이다. 이카루스가 새의 깃털로 만든 날개를 달고 높이 오르다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 떨어졌다는 그리스 신화가 전해질 만큼 자유비행은 인간의 꿈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글라이더 제작에 매달렸다. 임진왜란 때 군관 정평구가 제작한 비거(飛車)는 30리를 날라 다녔다는 기록도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경의 대상이었던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한 비행'을 실현한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1호의 출력은 4기통 13마력. 오늘날 중형승용차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보잉747 점보여객기의 엔진추력은 12만 환산마력이 넘는다. 플라이어1호 엔진의 만배에 달한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제작원가는 수백달러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세계 항공우주시장의 규모는 3,000억달러를 웃돈다. 항공 여객ㆍ화물시장 규모도 1,400억달러에 달한다. 라이트형제는 '보통사람의 시대'도 열었다. 자전거 수리공들의 성공을 보며 미국인들은 환호하며 희망을 품었다. 18ㆍ19세기 유럽의 과학자 대부분이 든든한 자본을 갖춘 귀족출신이었던 반면 라이트 형제는 무명의 기술자였다.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은 보통 미국인들에게 빠르게 퍼졌다. 평생 연구에 몰두한 라이트 형제에 의해 20세기의 아침은 희망으로 채워진 셈이다. 유럽에 밀려 2류국가였던 미국도 세계 최강국으로 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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