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천도’와 기득권 세력 교체는 밀접한 연관을 맺고 진행돼왔다. 즉 구세력이 지배했던 옛 도읍을 떠나 새 수도로 이전함으로써 새로운 지배세력을 구축하고 왕권강화를 이룬 목적적 절차가 바로 ‘천도’였다.
‘궁예의 철원 천도’ ‘묘청의 서경 천도’ ‘태조 왕건의 개성 도읍’ ‘태조 이성계의 한양 도읍’ 등이 모두 지배세력 교체와 관련돼 시도된 대표적인 천도의 사례들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계획은 단순히 행정부의 이전을 통한 국가균형발전 추진이라는 최초 구상에서 출발해 ‘천도’를 통해 정계ㆍ재계ㆍ관계 등 우리 사회의 지배권력인 기득권층의 와해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역사적으로나 권력의 속성으로 볼 때 그 같은 상황을 타개하며 지역주의 타파와 수구세력을 제거하고 자신의 개혁구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천도’를 통해 전기를 마련하는 승부수를 던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전에 치밀히 계획되지 못했던 ‘천도’ 계획은 노 대통령의 ‘천도’를 통한 지배세력 교체 구상을 확실히 간파한 정계ㆍ재계ㆍ언론계 등 수구 기득권 세력들의 사생결단식의 극렬한 저항에 직면한 결과 노 대통령 자신이 탄핵을 당하는 위기에까지 처하게 됐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쨌든 헌재 위헌결정과 기득권층의 저항을 넘어 충청권에 행정복합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참여정부가 의도한 만큼의 군주시대와 같은 천도효과를 거둘 수는 없겠지만 권력을 좌지우지하던 재벌과 보수언론은 물론이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배세력의 외곽을 구축한 재계ㆍ언론계ㆍ관계 등의 엘리트들로 상징되는 ‘강남세력’의 상당한 세력약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우리가 정권교체를 이뤘다지만 경제지배세력의 교체 없이는 일제치하와 군사독재시대를 거쳐 성장했던 현 지배세력 구조를 바꾸는 즉, 진정한 정권교체를 이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근본적인 정치권력의 교체는 경제지배세력의 교체와 함께 이뤄져야만 명실상부한 권력교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명운을 건 전통적 지배세력과의 힘겨운 싸움은 노무현 참여정부의 성패는 물론 구 지배세력의 쇠퇴여부를 가르게 될 분수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