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마트 10년] 2. 10년 영광의 뒤안

얼마전 신세계 안에서는 IMF이후 최악의 내수 위축에 따라 해마다 지급해오던 성과급을 삭감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도 상여금 마저 줄여대는 상황에 성과급 삭감 정도는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분위기 였다. 하지만 구학서 사장은 이 같은 제안을 단호히 거부했다. “다른 비용은 줄일 수 있어도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성과급 삭감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직원들은 만세를 불렀고 이마트를 비롯한 모든 사업 부문은 등등한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이마트는 윤리경영에 반한 행동을 한 직원들에 대해 징계 조치를 내렸다. 이들이 징계를 받은 이유는 물건 납품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회사는 이들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펼친 끝에 한 개 부서 전원을 다른 부서로 전보하는 강경한 조치를 취했다. 결국 이 사건으로 4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뇌물을 준 협력업체 역시 장부를 검열 받는 한편, 이마트로 부터 거래를 중단하거나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마트는 이 과정에서 “윤리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이 지나치게 과격한 방법으로 사건을 수습한다”는 사내외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냈다. 이 처럼 지난한 과정을 거쳐 윤리경영의 기치를 세운 이마트는 견뎌낸 아픔 만큼 투명성을 확보했고, 국내 최초로 선포한 윤리경영은 다른 기업들로 번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마트가 돌파한 난관은 사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할인점 출점이 가속화하면서 수도권에 점포가 포화, 지방 진출이 늘어나자 지방에서는 시장 및 소매상인들의 표를 의식한 지자체의 거부감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방의 부를 중앙으로 유출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마트의 지역법인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 같은 요구에 “할인점의 지방진출은 지역 특산품의 전국적 판로를 확보하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논리로 대응하면서 동 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방 출점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지난 69년 국내 최초로 시작한 카드 사업을 서비스업 본래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판단에 따라 99년 한미은행으로 넘긴 것과 프라이스클럽을 매각한 것은 당시로서는 내리기 어려운 결단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결과적으로 안정적 경영기반을 구축하는 계기가 됐고, 특히 프라이스클럽의 매각 대금은 IMF시절 헐값에 나온 땅을 사들이는 종잣돈으로 쓰여 오늘날 할인점 네트워크를 구축한 기반이 됐다. 혹자는 “이마트의 정상 등극 원인은 요지의 부동산을 먼저 확보하는 등 선발주자의 프리미엄 때문”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련의 고비 고비를 돌파한 이마트의 저력을 선발업체의 프리미엄만으로 치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마트에서는 뼈 빠지게 일하는 직원도, 대충 놀며 시간 때우는 직원도 똑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인사고과를 통해 `채찍과 당근`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이마트 직원들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때로는 딱하기도 하다”는 경쟁업체 직원의 말은 그래서 곱씹어 볼 만 하다.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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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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