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 말 좀 잘 하면서 살자

어떻게 편안한 마음으로 말을 잘할 수 있을까. 우선 말을 하는 이유부터 밝혀보자. 말은 의사소통을 위해 한다. 글ㆍ그림ㆍ음악ㆍ춤 등 다양한 표현 방법이 있지만 그중 으뜸은 말이다. 말은 화자의 생각을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즉 ‘사상의 전달’이 말의 정신인 것이다. 그 방법을 생각해보자. 먼저 목소리 준비다. 말의 정신을 살리기 위한 목소리의 역할은 상대에게 ‘잘 들리게’ 하는 것이다. 잘 안 들리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다. 옛날부터 아름다운 목소리의 정의인 ‘은반 위에 옥 구슬 구르는 소리’를 갖추지 못했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다. 참으로 좋은 목소리는 ‘잘 들리는 소리’다. 쉬어도, 탁해도, 거칠어도 좋다. 다만 ‘잘 들리는 목소리’라면 훌륭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 들리게 소리를 내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화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 모두에게 들려주겠다는 ‘생각을 넣은 목소리’를 낼 때 그는 발성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다. 야박하지만 잘 안 들리는 목소리라면 차라리 ‘내지 말아야’ 한다. 목소리에 대해 한마디만 더하자. 씩씩하고 힘 있는 목소리를 내면 자기 최면이 돼 삶에서도 자신감이 생긴다. 혹시라도 위축되고 오그라드는 기분이 들 때면 허리와 가슴을 펴고 턱을 당기고 ‘하하하…’하면서 배가 쑥쑥 들어가는 배 소리로 웃어보라. 기분이 상승되면서 시원한 기분과 어깻죽지에 피가 돌면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당당하고 자신과 여유 있는 자세가 된다. 씩씩한 웃음소리와 발성력이 주는 부작용(?)이다. 말의 정신인 전달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분명한 발음’이다. 글자의 음가를 정확히 내면서 어떤 뜻의 단어인가를 외국인에게 들려주듯 바르게 해야 한다. 발음을 분명히 한다는 것은 말의 정신을 살리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발로요, 시작이다. 자음에서는 ‘ㅎ’ 발음을 분명히 하면 발음에 ‘유심’하고 있다는 증거로 나타난다. 어느 나라는 ‘h’발음을 묵음화하는 경우까지 있다. 그러나 우리말은 분명히 발음해야 한다. ‘정확하게’를 ‘정아아게’로 발음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또 지방에 따라 이중모음 ‘ㅚㆍㅟㆍㅘㆍㅞㆍㅝㆍㅙ’ 등의 발음이 좀 어렵다. 문장에서 뜻을 밝혀주기 위해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띄어 읽기’다. 말의 정신을 살리기 위한 필수 요소다. 띄어 읽기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몇 가지 예를 통해 띄기의 중요성을 인식하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보배로 만들어 자기의 것으로 해야 한다. 그 구슬 꿰는 작업이 낭독이다. 낭독은 모든 언어 훈련의 시작이요, 끝이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를 지키면서 낭독 훈련을 해야 한다. 언어 훈련하면 대개 웅변을 생각한다. 외워서 하는 웅변은 대중 앞에서 떨려 실수할 두려움 때문에 용기를 못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낭독은 보고 읽는 것이다.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언어 표현의 기초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또 공부 효과와 고급 어휘의 습득 및 표현 능력 축적은 물론 논술 능력이 커진다. 낭독이 주는 나비 효과의 예를 보면서 낭독에 눈뜨기 바란다. 지난 50년대, 밖에서 동무들과 자치기ㆍ구슬치기ㆍ말뚝박기 놀이를 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라디오도 오락기구도 없던 시절, 홀어머니마저 장사 나가시고 없는 집은 무녀 독남에게는 늘 쓸쓸했다. 형제 많은 집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무척 부러웠던 그때, 심심해서 국어책을 폈고, 더듬더듬 읽다가 조금 더 큰 소리로 읽고, 그러다가 그것이 재미나서 더 열심히 읽었다. 소인한거 위부선(小人閑居 爲不善ㆍ소인은 한가하면 나쁜 짓만 한다)이라는데 다행히 낭독으로 한가함을 때웠던 것이다. 심심해서 읽기 시작한 낭독이 말과 유관한 직업으로 한평생을 살게 했다. 일본에서는 윤택한 개인 생활과 활력 있는 사회 생활의 실현을 위해 언어력 향상법이라는 별명의 ‘활자문화 진흥법’을 만들어 자신의 뜻을 타인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힘’을 기르는 것에 국가가 나서고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낭독. 낭독이 그 길로 안내한다. 기를 펴고 자신 있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이제 말이 주는 꿈을 이루고 말 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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