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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를 계기로 세월호 참사 이후 지지부진하던 경제정책 과제 이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결과 여당이 예상 밖으로 선전하면서 주요 경제부처가 묵혀왔던 과제 수행에 시동을 걸게 됐다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30대그룹 경영진과 간담회를 열고 "이제 다시 경제다"라며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주문하기도 했다.
물론 경제팀 개각이라는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올 하반기 풀어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점 △경제팀에 뚜렷한 과오가 없다는 점 △지방선거 결과가 괜찮다는 점 등을 들어 개각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정상화·규제개혁 '속도전'=6월 이후 경제팀이 풀어내야 가장 큰 국내 과제는 공공기관 정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기재부에서는 지방선거 결과가 여당의 참패로 나타날 경우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공공기관 개혁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에 강력한 개혁을 주문할 수 있을 정도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오는 9월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평가작업을 마무리하고 결과가 미진한 기관에는 기관장 교체라는 강수를 둘 방침이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온 규제개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큰돈을 들여 내수 살리기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규제개혁은 커다란 비용 없이 투자를 되살릴 유일한 해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각 부처는 지난해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 이후 나름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 절치부심해왔으며 그 결과를 하나하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내수를 되살릴 수 있는 정책과제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기관마저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어 경기의 '불쏘시개'가 절실한 형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6월 중 발표할 예정인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의 내용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수기업이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종합대책도 동시에 공개할 계획이다. 이밖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방향을 제시한 임대소득 과세 문제와 8월에 공개되는 세법개정안, 올 하반기 경제 운영 방향을 엿볼 수 있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등도 정부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과제들이다.
◇쌀시장 개방 초민감 과제=나라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쌀시장개방(관세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투자자국가소송(ISD) 문제 등 이른바 통상 4대 이슈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쌀시장 개방은 올 하반기 국정 운영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쌀시장의 빗장을 열지 여부를 오는 6월까지 정해 국회에 보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민과 국민의 의견을 들어야 할 공청회 일정이 12일에서 20일로 돌연 연기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쌀시장을 열지 않으면 해외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 수입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도리어 쌀 농가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농민단체 측에서는 '제3의 대안'을 요구하며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쌀 개방 문제가 아직은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지만 상당한 폭발력을 지닌 이슈"라고 우려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부 장관의 향후 거취가 쌀 문제에 달렸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FTA와 TPP 문제는 한중 FTA에 일단 최우선적으로 무게중심을 두고 TPP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밖에 널뛰는 환율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주요 대외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