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기업 사장이나 정부 산하기관장 가운데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인사는 김명규 가스공사 사장 등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과거의 정부 산하기관장 인사관행으로 볼 때 임기가 그대로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산하 기관장 가운데 일부는 새정부 각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다 민주당 개혁인사의 공기업 전진배치 방침으로 공기업 및 정부산하기관은 상당폭의 물갈이가 이뤄질 전망이다.
◇산하기관장 대부분 DJ 정부 후반기에 취임=정부 산하 기관장 가운데 올해 임기가 돌아오는 인사는 김명규 가스공사 사장, 김유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이는 DJ 정부가 출범 직후 공기업 사장과 산하기관장을 임명한 후 대부분 3년 단임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당수가 2001년 이후 현직에 임명됐다.
하지만 올해 임기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잔여 임기가 보장된다는 법은 없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DJ 정부 초기에도 일정한 기준으로 기존 산하기관장이나 공기업 사장을 평가한 후 상당폭의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며 “이번에도 종전과 비슷한 형태의 인사가 이뤄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2001년전 취임한 인사들 우선 교체될 듯=산하기관장이나 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권을 대통령이 갖고 있지만 잔여 임기가 많이 남아있는 인사들을 내보내는 것은 부담이 크다. 더욱이 후임 기관장에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진출할 경우 여론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인사를 우선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비교적 무난한 방안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01년 이전에 취임한 기관장들이 먼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잔여 임기가 1년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퇴임하더라도 반발이나 서운함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권해옥 주택공사 사장, 김명규 가스공사 사장, 심재곤 자원재생공사 사장, 김유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권해옥 사장은 자민련 몫으로 임명된 케이스인 탓에 현 정부로서는 교체에 따른 부담도 작다.
◇3월초부터 교체 가시화=상당수 공기업이나 산하 기관장을 교체할 경우 그 시기는 3월초가 유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과거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각 구성을 끝낸 후 낙마한 인사를 배려해야 할 뿐 아니라 각 부처가 장관 취임과 함께 1급 등 고위공무원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기 때문이다. 차관 진급에 실패한 1급 고위직 인사에 대해서는 보통 `예우`차원에서 산하 기관장으로 임명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다.
따라서 굵직한 산하기관 및 공기업 사장 인사는 3월을 넘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주요 공기업이나 기관장 인사는 장ㆍ차관 등의 인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3월초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