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마약류에 속하는 아편을 최초로 사용한 흔적은 기원전 4000년 스위스 신석기 주거 유적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당시 아편의 용도는 의약품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세 유럽에서도 아편이 이질과 콜레라ㆍ우울증 등의 치료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아편 사용이 확대되면서 아편 중독이 사회 문제화되자 18세기 이후 각국은 아편과 같은 마약류의 생산과 유통을 막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후 마약 밀수업자들은 마약 반입을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한다. 사막에서는 낙타의 신체에 숨겨 들여오기도 하고 남미에서는 마약을 녹인 물에 옷을 담갔다가 말려 입고 국경을 넘은 사례도 있다.
지금도 각국 세관은 마약류 밀반입 적발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마약 적발의 일등공신은 탐지견이다. 1990년대 미국 세관의 탐지견 스내그는 118건에 8억1,000만달러의 마약을 단속해 미국판 기네스북에 올랐다.
해외 토픽에 소개된 탐지견도 있다. 1997년 콜롬비아의 탐지견 아가타는 4년간 320㎏의 마약을 적발했다. 아가타를 눈엣가시로 여긴 마약 밀수업자들이 1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자 특수부대가 동원돼 아가타를 24시간 경호했다고 한다.
우리 관세청도 탐지견을 활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88올림픽 때 미국 관세청으로부터 탐지견 6마리를 기증받아 시작했다. 지금은 인천공항 등 10곳에서 31마리가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은 174건인데 그중 37%인 65건을 탐지견이 해냈다.
견공(犬公)을 마약 적발에 이용하는 것은 사람보다 100만배 이상 뛰어난 후각 때문이다. 탐지견으로 활동하려면 뛰어난 후각 외에 독립성과 활동성ㆍ성취욕ㆍ호기심이 뛰어나야 한다. 이 같은 특성을 고루 충족하는 종(種)이 래브라도 레트리버와 스프링어 스패니얼종으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세관에서 활용하고 있다.
탐지견 한 마리를 키우는 데는 대략 2년여의 시간과 4,000여만원의 돈이 든다. 훈련에 투입된 탐지견 중 실제 현장에 배치되는 탐지견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관세청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을 위해 2009년 세계 최초로 우수 탐지견 복제를 시도했는데 6마리를 얻어 모두를 현장에 배치했다. 관세청의 복제 탐지견 프로젝트는 세계관세기구(WCO)가 '매우 혁신적인 모범사례'로 평가해 세계 각국에 전파되기도 했다.
탐지견 활동기간은 대략 8년이다. 8년이 지나면 후각이 떨어져 은퇴를 한다. 은퇴 탐지견은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분양한다. 올해 5월에도 13마리가 새로운 주인을 찾아 관세청을 떠난다. 관세청은 은퇴하는 탐지견 분양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마약 적발에 많은 공을 세운 탐지견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