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공모(公募)를 시작한 지 3초만에 청약이 마감될 수 있습니까』 『은행이 영업을 시작하는 오전 9시30분 정각에 입금시켰는데 공모에서 탈락했다니 말이나 됩니까』 『공모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합시다』….대전에 있는 물성분석전문벤처회사인 ㈜케이맥의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넷공모투자자들의 항의들이다. 이 회사는 당초 15일부터 이틀간 공모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시작한 지 불과 3초만에 예정액이 모두 차버렸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공모에 탈락한 투자자들의 항의전화로 하루종일 업무를 볼 수 없었다. 이 회사관계자는 『공모액이 차면 계좌를 폐쇄하겠다고 수차례 공지했으나 불과 0.001초 사이에 무려 수억원이 몰려 공모열풍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코스닥에 등록하기 전에 유망한 회사의 주식을 미리 사두면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백·수천배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요즘 유망기업의 인터넷공모현장에서는 이같은 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유망벤처들은 하루 24시간을 1,000개로 나눈 인터넷타임을 기준으로 공모순서를 정해 공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단 1초에 의해 공모주의 탈락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공모개시 하루 전에 은행에 들러 입금연습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공모주에 탈락한 일부 투자자들은 회사에 전화를 걸어 대주주의 지분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웃지 못할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전문관리회사인 D사는 투자자들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 대주주가 지분을 일부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공모주가 모두 「대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일부 회사는 실적이나 사업계획도 별로 없으면서 그럴듯하게 사업내용을 분식해 공모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올들어 지난 두달동안 65개 기업이 인터넷공모를 마쳤으며 이달들어서는 하루에만 10여개가 넘는 벤처·인터넷기업들이 인터넷공모를 할 정도로 인터넷공모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전하고 『그러나 이들 기업이 모두 코스닥에 등록되는 것은 아니어서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일례로 취업전문포털업체라고 하는 A기업의 경우 보통 2~3일 하는 공모기간을 무려 15일로 잡으며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고, 부동산관련벤처회사인 B기업은 뚜렷한 사업실적도 없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해 액면가보다 무려 24배나 높게 공모하고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인터넷공모는 투자손실에 대해 공모기업이 전혀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유사파이낸스사처럼 돈을 모은 뒤 부도를 내고 빠져나가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가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석영기자SYCHOI@SED.CO.KR
대전=박희윤기자HYPARK@SED.CO.KR
입력시간 2000/03/16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