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17% 껑충… 세계경제 '빨간불'미국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 올 하반기 세계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라크 반체제 요원들이 20일 사담 후세인 정권 타도를 요구하며 독일 베를린 주재 이라크대사관을 점거, 인질극을 벌인 직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원유 선물가격이 한때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섰다. 원유가격이 배럴당 30달러를 넘은 것은 15개월 만이다.
▶ 전쟁 프리미엄 상승
올들어 국제유가는 배럴당 9달러 상승, 50% 가까이 올랐고 워싱턴에서 이라크 공격이 논의된 지난 두달 사이에만 17% 상승했다.
상품시장의 투기자들이 베를린의 이라크대사관 인질사건을 계기로 선물옵션 가격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30달러의 심리적 경계선이 무너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의 유가에 배럴당 3~5달러의 전쟁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2차 걸프전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미국의 석유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로 당분간 유가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품선물 거래업체인 RBC데인로셔의 전문가 빈센트 보버스키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배럴당 35~38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가는 미국의 호황이 피크를 이뤘던 지난 2000년 9월에 배럴당 37.8달러까지 올라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20일 유가상승이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 은행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다음달 모임에서 원유쿼터 해제 등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나 현재로서는 증산계획이 불투명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 하반기 세계경제 불투명
월스트리트저널은 ▲ 뉴욕주가 하락 ▲ 기업 회계부정 ▲ 기업의 투자보류 ▲ 유가상승 등 다발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하반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독일 분데스방크는 지난 2ㆍ4분기 성장률이 1%에 그쳤다고 발표 미국의 1.1% 성장과 함께 유럽대륙의 성장도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경제의 어두운 부분이 다시 불거지면서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 세계 3대 경제축이 하반기에 동시에 악순환을 반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저널은 전망했다.
게다가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가 가중되고 있어 이머징마켓의 성장도 정체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은행은 한달 사이에 선진국의 하반기 성장률을 3.2%에서 2.2%로, 이머징마켓도 4.0%에서 2.6%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이 은행은 미국의 하반기 성장률을 4.0%에서 2.8%로 낮춰 잡았으며 독일 은행연합회는 유로화 공용 12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4%에서 1%로 떨어뜨렸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