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가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중소형주 펀드가 틈새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상승할 때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더욱 강세를 보였던 만큼 북미주식형 펀드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의 경우 미국 중소형주 펀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미국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4개 펀드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31.32%로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8.47%)은 물론 북미주식형 펀드(28.96%)를 웃돈다. 현재 국내 설정된 북미 주식형 펀드에는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와 미국 대형주나 우량주에 투자하는 액티브펀드 등 여러 유형이 있지만 이 중 미국 중소형주 펀드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이 좋은 것은 미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표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미국 중소형주 2,000개로 구성)의 최근 1년 상승률은 36.14%로 미국 대형주 지수인 S&P500지수 상승률인 25.88%를 웃돈다. 특히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오를 때 중소형주는 대형주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는 경향이 컸다. 실제 1995년부터 2013년 6월까지 S&P500은 385% 상승한 반면 러셀2000지수는 585% 올랐다. 미국 중소형주는 최근 85년 중 54년 동안 대형주보다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영 KB자산운용 해외운용 팀장은 "내년에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우려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미국 소비와 고용시장이 회복되면서 미 증시가 단기 충격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현금을 많이 들고 있는 미국 대형 기업들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량 중소형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형주보다는 미국 중소형주가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소형주는 국내 중소형주와 달리 거래량이 풍부해 유동성 리스크가 낮은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중소형주가 거래량이 풍부하지 않아 국내 중소형주 펀드는 설정액이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운용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미국 중소형주는 거래가 원활한 편이라 미국 중소형주 펀드는 설정액이 커져도 언제든지 사고팔아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설정된 미국 중소형주 펀드 중 가장 설정액이 큰 펀드는 KB자산운용의 'KB미국소형성장주'펀드다. 설정액은 52억원으로 최근 1년 수익률은 32.10%에 이른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미국 중소기업에 장기투자하고 있다. 김 팀장은 "2011년 펀드 설정 이후 펀드에 편입한 21개의 중소형주들이 피인수되면서 M&A에 따른 프리미엄으로 펀드 수익률이 50%에 육박한다"며 "미국 중소형주 시장은 안정적이면서도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돼 해외증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레그메이슨미국중소형주펀드'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펀드는 미국 중소형주 전문 운용사 레그메이슨이 지난 2007년 5월에 설정한 '레그메이슨 로이스 미국 소형주 오퍼튜니티펀드'에 집중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올해 6월에 설정됐으며 설정 이후 수익률은 10%에 근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