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 먹고 합시다.’
국가 대사를 논하다가도 밥 때가 되면 먹고 하자는 게 사람이다.
밥, 인간에게 이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먹는 일이야말로 일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원초적인 문제다. 인간은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먹어야 한다. 문제는 지구상에 먹거리가 제한돼 있어 결코 풍족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 제한된 식량도 일부 국가에서는 남아돌아 쓰레기가 되는 반면 어떤 나라에서는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사람도 많다.
올해는 조금 사정이 나아졌다지만,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바로 우리와 이웃한 북한도 식량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급속한 인구 증가, 이상기후로 인한 흉작, 사료곡물 증가 등 식량 부족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가장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식량 부족 해결방안은 후진국의 인구 억제와 선진국의 사료곡물 사용 억제다.
1974년 11월5일 로마에서 약 130개국 2,000여명의 대표가 모인 가운데 제1회 세계식량회의가 개최됐다.
12일 동안 열린 회의에서는 국제농업개발기금ㆍ세계식량이사회ㆍ세계식량정보시스템 등의 새 기구를 만드는 것 외에 세계적 규모의 식량 비축, 식량 원조를 위해 1,000만톤의 곡물을 보증한다는 원조국의 노력 등이 결의됐다.
또 식량 증산과 공정한 분배, 해양자원 개발, 개발도상국의 식량 증산을 위한 선진국의 기술ㆍ재정 원조 등을 골자로 한 행동선언도 채택됐다.
그러나 여러 가지 논의와 대책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결국 자국의 일이라는 데 모두 동의하고 회의를 마쳤다.
식량 문제는 자국의 이익과 결부되기 때문에 아무리 인도적인 입장을 취한다 해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식량 자급자족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