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클릭] 무자식 상팔자


불조심과 간첩신고. 등하교 길에 가장 많이 눈에 띄었던 세 가지 구호 중 두 개다. 남은 하나는 '셋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포스터. 얼마 안지나 '셋'이 '둘'로 바뀌고 급기야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표어가 나붙었다. 그래도 '자기 먹고살 것은 다 타고나는 것'이라는 어르신도 적지 않았다. 불과 20여년 전까지 그랬다.


△경제개발에 착수한 이래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근간은 출산 억제였다.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출산율이 6명에 이르자 가족계획을 경제개발계획에 포함시키며 본격적인 산아제한에 돌입했다. 시간이 갈수록 국민주택 우선분양, 불임시술자의 예비군 훈련 면제 등 각종 정책이 쏟아졌다. 산업화를 위해 보다 많은 저임금 여성노동력을 동원하려는 셈법도 깔려 있었던 산아제한의 결과 1995년에는 출산율이 1.75명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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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출산율 감소는 산아제한 때문이 아니었다. 1970년 후반 이후 부동산 거품이 일고 과외 열풍으로 교육비가 급증하자 젊은 부부들은 맞벌이로 내몰렸다. 먹고살고 기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 오직 돈 버는 데만 집중해야 했다. 여기에 열악한 보육환경, 취업난 심화와 고령화까지 가세했다. 아들, 딸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어머니, 아버지건만 자식들은 이를 닮으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자녀를 축복의 대상에서 부담스러운 존재로 바꿔놓았다. 1996년부터 정부정책이 산아제한에서 출산장려로 전환했음에도 지난해 출산율은 1.30명까지 곤두박질쳤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기혼여성의 절반 이상이 '자녀를 반드시 가질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저출산도 모자라 아예 무자식 상팔자의 시대로 들어선 셈이다. 이런 상태로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고 싶은 환경이 불가능하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가난했지만 아버지, 어머니 아래 형제들이 북적거리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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