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 Watch] 50대 문화 주체로 뜬다

안정적 경제력 바탕 사회활동 적극 참여<br>영화·출판·공연 등 문화시장 큰손으로


지난 18일 저녁 영화 '전설의 주먹'이 상영되던 CGV대학로의 객석에서는 50대 관객들의 모습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부부끼리 혹은 친구와 함께 온 장년층 관객들은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복싱이나 패싸움 장면을 보면서 30여년 전으로 돌아간 듯 감회에 젖은 표정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온 최우혁(52)씨는 "한 달에 두세 번은 '뜨는'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고 있어 딸과의 세대차이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ㆍ출판ㆍ공연 등 문화계에 50대 바람이 불고 있다.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막내인 1963년생이 올해 50대에 진입하며 50대 비중은 사상 최대 수준인 13.7%까지 늘어나 50대가 문화시장의 중요한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근대화를 거치면서 이전 세대보다 고등교육의 수혜를 받고 탄탄한 경제력까지 갖춘 베이비부머는 지난 대통령 선거의 승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세대다. 하지만 평균 55.9세에 퇴직해 나이든 부모를 모시는 것은 물론 자녀를 교육시키고 결혼까지 시켜야 하는 이중의 책무를 안고 있는 고달픈 세대이기도 하다. '50대의 슬픔'에 천착한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가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2만부를 돌파하며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현실의 벽 앞에서 포기하기보다는 이전 세대와 차별화된 적극성을 보이며 다양한 문화활동에 나서는 액티브 시니어 현상도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ㆍ공연ㆍ악기 구매에서 두드러진 소비성향을 보이고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스마트폰영화제에 출품하는 등 문화시장의 주체로서 적극적인 모습도 함께 목격할 수 있다.


세대연구 전문가인 박재흥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50대 베이비붐 세대는 전후 산업화 초기 단계에 학교에 들어간 만큼 그들의 부모 세대에 비해 교육수준도 높고 사회적 성취도 이뤘다"며 "이러한 높은 성취가 오히려 은퇴를 앞두거나 퇴직자로 전락한 50대에게는 깊은 상실감으로 작용하면서 '50대의 슬픔'으로 일반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린 시절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성장하면서는 유신체제하의 권위주의에 대한 반감이 있는 세대"라면서 "문화적으로 성숙하면서도 세련된 50대의 성향이 문화시장에서 적극적ㆍ능동적 참여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액티브 시니어 현상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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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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