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후분양제 성공하려면

최근 주택 후분양제도의 도입에 대한 논란으로 주택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참여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인수위원회에서 제기되었던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주택 후분양제도다. 그리고 지난달 27일의 건설교통부 업무 보고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시로 주무부처인 건교부가 적극적인 검토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지금까지 주택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선택되었던 주택 선분양의 관행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가 상통하면서 하나의 거래 방식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국내 주택시장은 그동안 만성적으로 존재해 온 공급부족의 문제, 그리고 이로 인해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여유자금으로 주택가격을 분할납부하려는 수요자의 부담완화 성향과 선분양 대금으로 건설비용을 충당하려는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져 선분양은 주택수급의 거래관행으로 기능해 온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기능해 온 선분양 방식의 시장거래관행을 이제는 후분양 방식으로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급자는 건설비용을 조달해야만 하는 한편 수요자는 완공된 주택의 품질을 보고 구매의사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선분양에 대비해 후분양의 경우 주택 건설비의 부담이 전적으로 공급자측에게 전가되고, 이로 인해 자금력과 기술력을 가진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주택 건설업계의 지각 변동마저 예고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주택은 값이 매우 비싼 내구재적 성격을 갖고 있는 소비재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완공된 주택의 품질을 판단하고 그에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적 소비논리다. 더욱이 주택은 모든 사람들이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정을 이루는 과정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요구될 뿐만 아니라 개인재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주택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며 주택 후분양제도의 논리적 근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택시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신규 주택시장에서의 거래방식 제도화에 대해 규제차원에서의 타당성은 논외로 간주한다 하더라도, 과연 주택 후분양제도의 도입이 가능한 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주택 건설에 소요되는 재원조달의 부담과 더불어 완공 이후에 가시화될 수 있는 미분양 위험의 부담을 주택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재분배하는 문제와 직결되고 현재의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주체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외환 위기 이후, ABS, MBS, REITs 등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 유동화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국내 부동산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으며 부동산 금융의 발전기반이 점진적으로 구축되는 과정에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은행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산관리의 측면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의 금융상품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파트 경기의 호황과 더불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어느 정도 확보되는 선분양의 거래관행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신규 주택의 거래방식이 후분양으로 바뀔 경우 금융권의 관심은 크게 저하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9.11 테러 이후 내수경기의 진작 방안으로 제기되었던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법(PFV)은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법은 기본적으로 신용위험과 사업위험의 분리를 목적으로 프로젝트 단위의 자금조달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안되었고 이를 위해 다양한 금융 및 세제 지원의 혜택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PFV의 자금조달 및 사업구조는 신규 부동산 개발사업에 가장 적절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따라서 금융권에 적극적인 유인동기를 부여하지 않고는 주택 후분양제도의 도입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1995년의 여름 즈음으로 기억된다. 당시 주택 200만호 건설정책의 후유증으로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이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건설업계의 부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때였다. 주택관련 연구원의 개원식에서 초대원장은 인사말 중에 국내 주택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연구분야를 열거한 적이 있다. 상당수의 많은 연구 분야가 열거되었지만, 개원식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해당 연구원의 절대과제는 규제완화 차원의 분양가 자율화와 선분양 방식의 거래관행 고수라고 농담을 주고 받은 적이 있다. 그렇게도 주택 건설업계의 생명줄 역할을 해 온 선분양 방식이 이제는 `제도화`라는 또 다른 규제 속에서 후분양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시행착오가 따를 것이고, 이러한 시행 착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주택 건설업계와 금융권 등 주요 시장 참여자의 역할일 것이다. <왕세종(한국건설산업硏 산업연구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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