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신용카드업계가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신규 카드업진출이 허용된데다 새로 선보일 IC카드 등 외형적인 변모와 함께 카드이용 활성화정책이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이같은 변화의 급류는 성장률 둔화로 고민하는 카드사들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전 체제와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숙제도 함께 던져주고 있다. 빅뱅의 회오리가 몰아치는 카드업계의 실상을 3회에 나눠 싣는다.
빅뱅의 핵심은 구조개편. 국내 카드업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구조개편이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인한 환경변화에 적응키 위해 앞다퉈 조직을 정비하고 시장공략 전략을 수정하는 등 꾸준히 변신을 꾀해 왔기 때문이다. 카드사 대부분이 성장전략을 포기하고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 대표적인 예다.
13개 은행연합체로 회원수 1,600만명을 자랑하는 비씨카드는 군살빼기작업에 착수, 지난해 100여명의 직원을 정리하고 경쟁력있는 카드발급대행업체로 거듭날 것을 선언했다.
비씨카드는 올초 한빛은행의 출범과 제일, 서울은행의 매각 또는 매각예정 등 대주주의 변동이 있었으나 카드발급과 프로세싱을 대행하는 업체로 특화,국내 카드시장에서 독자영역을 구축하겠다는 생존전략을 마련했다.
즉 브랜드이미지를 높여 저비용·고효율구조를 확립,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비씨의 전략은 이미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경기은행과 충청은행을 합병한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이 비씨와 신용카드업무를 제휴했고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도 비씨카드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장은카드와 합병한 국민카드도 여신부문의 노하우를 살려 수익경영에 충실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성장기반을 유지시켜 21세기 초우량 여신전문금융회사로 도약한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또 올해 상반기중 외환은행과 합병이 예정됐던 외환카드는 흡수합병 재검토작업을 벌이는 한편 효율적인 구조확립과 다양한 수익원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LG와 삼성 등 전문계카드사들도 신용카드업에 할부금융 등을 곁들인 종합여신금융업체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동양카드, 국민카드, 대우다이너스카드도 마찬가지다.
신용카드업 신규진출도 중요한 변수중 하나. 10여년만에 빗장이 풀림에 따라 현대할부금융을 비롯해 롯데할부금융, 홍콩상하이은행, 파리바은행 등 국내외 업체들이 대거 신용카드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아직 그룹의 방침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SK캐피탈도 신용카드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할부금융은 하나의 신용카드에 항공마일리지, 기름값 할인, 백화점 할인 등 다양한 보너스 기능을 갖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할부금융도 백화점 유통카드를 신용카드로 흡수, 사업 첫해부터 100만명 회원을 가져간다는 방침이어서 시장판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올해부터 신용카드 시장은 재벌기업들간 또하나의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드업계 새판짜기는 이미 시작됐다.【조용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