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발생하는 Y2K사고가 최근 미국에서 처음으로 모의실험이 아닌 실제상황에서 발생했다.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모든 기업들에 최악의 Y2K 시나리오를 마련, 대비할 것을 촉구했고 미 중앙정보부(CIA)는 러시아·중국·인도네시아 등 Y2K문제 대비에 소홀한 국가들에 대해 사회기반시설 마비에 따른 인도주의적인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13일 메인주에서 2000년식 신형 승용차와 트럭들의 차량등록 접수를 한 결과 컴퓨터가 이들 자동차 중 대부분을 1900년에 생산된 구식 자동차로 분류하는 사고가 발생,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Y2K문제에 대비한 각종 모의시험에서 크고 작은 컴퓨터 오·작동사고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실제상황에서 Y2K사고가 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메인주는 그동안 수백만달러를 투자, Y2K문제를 해결했다고 자부해왔는데 막상 차량인가와 등록을 총괄하는 주(州) 정무장관실의 컴퓨터들이 신형자동차를 1900년식으로 읽어냈다고 포스트지는 전했다. 컴퓨터들은 이들 신규 등록차량에 대해 1916년 이전 생산된 차량에 사용되는 「구식 자동차」의 차량등록증을 발급했고 이같이 분류된 차량은 승용차 800대와 견인 트레일러 1,200대 등 모두 2,000여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잘못된 자동차분류 결과가 보험회사 등에도 그대로 통보됐다.
한편 SEC는 Y2K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할 것으로 판단, 모든 기업들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철저히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고 USA 투데이가 12일 보도했다. 특히 미국 굴지의 에너지 회사인 엔론사는 SEC에 보고한 Y2K 최악 시나리오에서 전기와 가스·교통·통신 등 공공설비가 국내외에서 상당수 마비되고 중요한 정보가 입력된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체계가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CIA 과학·기술정보 담당관인 래리 거슈인은 13일 「2000년 기술문제 상원 특별위원회」에 출석, 『Y2K문제로 전력·난방·상수도 공급 중단, 식료품 부족, 의료서비스 저하, 통제장치 고장 등에 따른 인도주의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는 특히 공공 서비스 중단사태에 대처하기 어려운 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동유럽·이집트·인도·인도네시아 등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용택기자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