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반도체 경기논쟁과 국내업계 전략

"바닥탈출…본격회복은 아직" 대세세계 반도체 경기는 어떻게 되나. 보합세를 유지하던 가격은 상승할 것인가, 떨어질 것인가. 관련기사 반도체 가격 및 경기전망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PC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반도체 경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몇일 사이에 서로 상반되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논쟁을 일으킬 정도다. 그만큼 혼조세다. 하지만 가격에 대해서는 대체로 바닥을 쳤다는데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수요업체들의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고 있고, 생산업체들도 자연스럽게 물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반도체 관련 주가의 상승세를 전망하고 있다. ◇식을 줄 모르는 경기논쟁 반도체 관련 주가가 최근 급등,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불과 10일만에 40% 가까이 상승하며 650포인트를 회복했다. 그러나 미 월가의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들의 다수는 아직 반도체시장이 본격 회복국면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정보기술(IT)관련 투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다 개인용 컴퓨터(PC), 이동전화 등 민간소비도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ㆍ4분기 미 PC판매는 조사가 시작된 93년 이래 처음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미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설 조짐을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살아날 경우에도 그 회복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게 반도체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리먼브라더스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댄 나일스는 지난 9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반도체산업 매출이 18~20% 감소, 사상 최악의 해를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는 8월경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겠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6~9개월정도 실적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릴린치의 조셉 오샤나 주식투자 전문주간지 배런스 등도 비관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가격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어 실적개선의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으니 당분간 주가상승은 기대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반면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조나단 조셉은 지난 11일 반도체산업에 회복이 멀지않았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3ㆍ4분기에 반도체경기가 완연한 상승조짐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도체경기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으며 과잉재고도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경기논쟁이 불붙은 이후 시장은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의 주장과 달리 '외로운 낙관론자' 조나단 조셉의 의견에 따라 움직였다. 조셉이 반도체 산업전반에 대한 낙관적인 보고서를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지난 10일부터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폭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8월 반도체산업의 실적둔화를 가장 먼저 경고한 조셉이 이번에도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했다는 기대감이 투자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실정이다. 낙관론과 비관론, 어느쪽의 주장이 사실에 다 가까운지는 오는 7월 공개되는 반도체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이 판가름해줄 전망이다. ◇D램가격, 폭락은 없다 이 달 들어 싱크로너스(S)D램의 북미시장의 현물 가격은 128메가 기준 개당 5달러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당분간은 SD램 가격이 큰 변동없이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약간의 시차가 있을 뿐 더 이상 폭락하거나 급반등할 가능성은 아주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민후식 한투증권 연구위원은 "인텔이 펜티엄4 CPU의 가격인하로 이에 장착되는 램버스 D램의 공급부족이 예상되며 상대적으로 SD램의 생산을 축소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분석은 공급측면의 가격하락 요인이 크지 않은 것을 의미하고 있다. 문제는 D램의 최대 수요처인 PC시장이 얼마나 회복되느냐는 것. 이에 대해서도 국내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텔과 AMD의 CPU 가격인하 경쟁으로 PC판매가 촉진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PC업체들이 1,000달러 이하의 저가 PC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 이미 바닥권을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 회복시기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중장기 대책 세우는 국내업계 국내 반도체업계는 호흡을 길게 하고 있다. 올해 투자를 계획보다 늦추는 한편 생산제품 구성을 다양화시키고 있다. 삼성은 대대적인 투자를 위한 준비를 끝낸 상태다. 하지만 가장 적절한 투자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12인치 웨이퍼라인 가동시기를 하반기로만 정하고 PC시장을 비롯한 수요의 움직임을 봐가며 그 시기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주력인 SD램의 비중을 줄이고 이를 대체할 램버스D램의 크게 늘리고 있다. 상반기 월 1,500만개로 늘리는 데 이어 하반기에는 월 2,000만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플래시메모리의 매출을 7억달러로 늘려 세계 5위권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하이닉스도 올해 1조으로 계획했던 투자를 9,000억원으로 축소했다. 또 하반기 램버스D램을 생산키로 결정했다. AMD의 CPU에 장착되는 DDR(더블데이터레이트)D램의 매출을 4억달러로 늘리면서 시장판도에 따라 램버스 비중을 조절할 예정이다. 비메모리 비중은 지난해 8%에서 17%로 늘리기로 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CPU메이커들의 가격인하에도 불구 PC수요가 얼마나 살아나느냐는 여전히 안개속"이라며 "시장이 살아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정기자 조영주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