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고급화가 내수를 살리는 길입니다. 세계인들이 고급 음식으로 한식을 찾게 된다면 식재료를 제공하는 우리 농어촌부터 도자기, 전통 주류 업체는 물론 식당을 짓는 건축 분야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한식 전도사' 조태권 (67·사진) 광주요 회장(성북문화원장)은 최근 한성대가 주최한 명사특강에 강연자로 나서 한식이 우리의 미래이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경쟁력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중국·일본은 세계인의 입맛을 자국 음식에 길들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우리는 비싼 한식이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인식과 함께 오히려 맛과 가격을 획일화시키며 세계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일본이 값싼 주먹밥에 지나지 않았던 초밥(스시)을 지난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생선 부위별로 다양한 메뉴를 만들고 가치를 불어넣는 노력 끝에 세계 유명호텔에서 즐기는 비싼 글로벌 음식으로 만들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인들은 '2020년에 세계에서 일식을 먹는 인구 20억명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음식문화 전파를 통해 자국의 관련 산업을 덩달아 발전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화는 음식에서 시작되며 결국 국가 브랜드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가 된다"며 "세계가 문화를 공유하는 시대에 우리도 한식을 무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미주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조 회장은 귀국 후 조선 왕실에서 쓰는 도자기를 구워내던 관청 직영 가마인 관요(官窯)의 맥을 이으려 한 선친의 뜻을 이어 1988년 광주요를 승계했다. 원래 대기업 경영의 꿈을 품고 1970~1980년대 대우실업에서 근무한 조 회장은 해외 근무지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호텔에서 당시 일본인처럼 보이면 백인 전용 식당에 들어갈 수 있다는 현지인의 안내로 일본인 행세를 했던 서글픈 경험이 국가 브랜드를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통 도자기와 생활자기로 명성을 쌓은 그는 2003년 전통 한식식당 가온을 열었다. 당시 인삼 대신 최고급 홍삼을 넣은 10만~30만원짜리 홍계탕을 내놓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당시 한국을 찾은 중동 부호들에게 홍계탕 몇 그릇을 용기째로 수백만 원에 판 적도 있다"며 "서민적이고 싼 것만이 한식의 경쟁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프랑스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 르 뫼리스(Le Meurice)처럼 그 나라의 음식문화를 대표하고 동경의 대상이 되는 상징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이전 정부부터 7년여 동안 추진했던 한식 세계화 사업은 1,000억원 넘게 쏟아부으며 뚜렷한 타깃 없이 중복 투자만 일삼다 이렇다 할 성과 하나 거두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문화가 이미 세계화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만이고 착각"이라며 "한식처럼 우리 문화의 진정한 가치를 발굴하고 다양성을 창조하는 것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