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의 해외여행자가 자그마치 74만2059명에 달했다. 이는 여름휴가철인 작년 7월의 72만4788명 보다 많은 숫자로 불경기를 아랑곳 하지 않고 해외여행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에 따라 여행수지 적자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도 37억달러의 여행수지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독일 일본 영국 네덜란드에 이은 세계 5위의 적자규모다.
여행수지 적자가 커짐에 따라 지난해 12월의 경상수지가 4월 이후 8개월 만에 6억5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금년도 경상수지가 30억달러 흑자전망에서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 1월엔 작년의 선박수출이 이월되면서 소폭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2월엔 적자가 확실시 된다는 점에서 금년도 경상수지 흑자달성은 아주 비관적이다.
이라크전쟁 가능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환율하락과 선진국경제침체 등으로 믿었던 수출마저 주춤거리고 있다. 여기에 국민들의 무분별한 해외여행과 헤픈 씀씀이가 경상수지 적자기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상품수출로 번 돈을 해외여행 등 서비스수지가 까먹는 형태다. 상품수지 흑자는 소폭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여행수지 적자는 3~4배씩 대폭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해외로만 나가고 있다. 돌아올 때 12명중 1명은 호화사치품을 사가지고 온다. 이것도 세관에 적발된 숫자로 적발되지 않은 사람까지 계산하면 호화쇼핑실태는 이 보다 훨씬 심각하다. 여행수지 중 유학경비는 미래를 위한 투자란 점에서 나무랄 수 없으나 호화사치관광은 자제해야 할 때다. 주5일제 근무제가 도입되면 해외여행 붐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여 대책이 시급하다.
서비스수지에 이어 수출 등 상품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 우리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내수침체에다 이라크전쟁 가능성과 북한 핵 제 등으로 국제정세와 경제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수출도 점차 전망이 흐려지고 있다. 내수침체로 우리경제가 `더불 딥`에 빠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도 이제는 `경제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지난 1월의 설비투자가 17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은 경기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 경기가 한층 침체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들도 근로의욕을 다지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겠지만 새 정부도 하루빨리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수출증진 등 경제 살리기에 착수해야 한다. 경축분위기와 낙관론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대구=김태일기자 ti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