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스테로이드' 과연 피해야만 할 毒인가

아토피·암환자 통증용등 수많은 질환에 쓰여<BR>의사처방만 따르면 큰 문제없고 치료효과 커


'스테로이드' 과연 피해야만 할 毒인가 아토피·암환자 통증용등 수많은 질환에 쓰여의사처방만 따르면 큰 문제없고 치료효과 커 • 연고·안약에도 스테로이드 평소 피부과를 자주 찾는 김모씨(여ㆍ38)는 진료를 받은 후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받기 전에 보통 “스테로이드가 없는 약으로 처방 해달라”고 말한다. 전문의 입장에서는 스테로이드의 해악을 충분히 알고 있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갖기도 하지만 곤혹스러울 때도 많다. 김 씨 뿐만 아니다. 요즘은 상당수 환자들이 스테로이드에 대해 지나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그럼, 김씨가 알고 있는 것처럼 스테로이드는 과연 처방 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을지의대 을지병원 김희진(가정의학과) 교수는 “의사의 처방만 따른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많은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스테로이드를 처방 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16세기 스위스의 연금술사 파라셀수스는 약과 독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말로 유명하다. 즉 “모든 물질에는 독성이 있으며 독이 없는 물질은 없다. 독이냐 약이냐는 단지 적은가 많은가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독과 약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서로 뗄 수 없는 측면에서 손바닥과 손등, 종이의 앞 뒷면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를 알기 위해서는 약과 독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스테로이드는 강한 무기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는 원래 몸에서 만들어지는, 그리고 살기 위해 꼭 필요한 호르몬 중의 하나이다. 이 스테로이드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천식ㆍ알레르기질환ㆍ류마티스관절염, 그리고 퇴행성 관절염에서 말기 암환자의 통증조절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질환에 이용된다. 그러나 질병에 걸렸다고 모두 스테로이드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이야말로 스테로이드의 무서움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병원에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꼭 필요할 때나 다른 치료제가 없을 경우, 초기 짧은 기간 동안 증상을 확실히 잡은 후 중단하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스테로이드가 무서운 것은 몸 밖에서 스테로이드를 계속 제공하다 보면 스스로 만들기를 포기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간, 1~2주일 이내 스테로이드 사용은 몸에서 스스로 스테로이드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게 되는 1주일은 증상으로 볼 때 결정적인 시점이다. 사용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나중에 탈 없이 깨끗이 낫기 때문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예로 갑자기 이유도 모르면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돌발성 난청의 경우 빨리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하고 점점 줄이다가 단기간 내에 약을 끊으면 청력을 되찾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치료제를 빨리 사용하는 것. 한 두 달 후 청력은 손상되었는데 그 때 가서 써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또 스테로이드는 쓰는 것보다도 끊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와 의논하지 않고 중단하면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끊거나 용량을 바꿀 때는 반드시 의사가 지쳬?복용법과 용량을 지켜야 한다. 문제는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인데 이때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저울질해보게 된다. 분명 잃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피부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처음에는 피부가 갑자기 보드랍고 뾰루지가 잘 낫는다. 그러나 한 달이 넘어가면 피부 밑바탕을 받치고 있는 콜라겐이나 엘라스틴 같은 탄력 성분이 감소한다. 피부역시 약해지고 쪼그라들고, 혈관은 확장되면서 얇아진 피부 밑으로 혈관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여드름 같은 발진이 나기도 하고 멍도 잘 생기며 세균이 감염되면 잘 낫지도 않는다. 김 교수는 “피부가 아니라 먹는 약같이 전신으로 사용했을 경우 더 심각하다”면서 “혈압이 올라가고 위에는 궤양에 올 수 있으며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백내장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얼굴이 달덩이처럼 둥글어지면서 어깨가 두툼해지고, 배가 나오고, 피부가 약해지는 모습은 스테로이드 부작용의 전형(쿠싱ㆍCushing)이다. 이렇게까지 되면 몸의 면역능력이 약해져 세균이나 곰팡이에 감염되기 쉽고 잘 낫지 않는다. 정신적인 문제까지 나타난다. 쿠싱증후군에 걸리면 몸에서 스테로이드를 생산하지 못하는데 몸 속에 스테로이드가 없으면 한마디로 생명이 위험하다. 박상영 의학전문기자 sane@sed.co.kr 입력시간 : 2004-11-2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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