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최저임금에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가 임금을 최저임금액보다 적게 지급하거나 고의ㆍ반복적으로 체불하는 사업주에게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을 고쳐 내년 중 과징금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근로감독 당국이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을 가져야 최저임금제 도입 취지를 뒷받침하고 근로감독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대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할 정도로 글로벌 경기침체와 엔저의 파장이 만만찮은 만큼 최저임금 정책의 보폭과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은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 임금을 낮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 형사처벌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고 근로감독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국가인권위원회도 최저임금 위반업체에 고용지원금 지급을 유예하거나 공공 분야 용역입찰시 감점 조치 등 불이익을 줄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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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이달 말 최저임금위원회의 2014년도 적용 최저임금안 의결을 앞두고 올해 4,860원인 시간급 최저임금을 내년 5,910원으로 21.6% 인상하자고 요구했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200만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 업계는 한꺼번에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의 50% 수준으로 올리자는 것은 과도한 요구며 영세기업의 경쟁력과 고용여력을 떨어뜨릴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8.1%로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4.0%)과 노동생산성 증가율(4.6%)의 2배에 이른다. 도소매ㆍ음식숙박업 등 영세기업의 부담이 그만큼 커졌지만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2000년 19%에서 2011년 22%로 늘어났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제재를 강화한다고 해서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방증이다. 경기가 바닥인데 최저임금 정책만 과속하면 영세기업과 저임금 근로자를 범법자와 법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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