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 투기세력에 경고 메시지

수백억 차익에 국내투자자 피해 <br>헤르메스측 "고의 없었다" 반발<br>조사 쉽지않아 처벌여부 미지수


금융감독당국이 영국계인 헤르메스자산운용에 대해 검찰 고발이라는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조치를 내린 것은 일부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헤르메스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다 현실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검찰 수사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여 실제 처벌 가능성은 미지수다. ◇외국계에 ‘칼’ 빼든 금융감독당국=이번 검찰 고발 조치는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 동안 금융감독당국 안팎에서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반발을 고려해 ‘검찰 통보’ 정도의 제재 수위를 예상해왔다. 검찰 고발은 감독당국의 가장 강한 제재조치로 검찰 통보나 수사의뢰와 달리 수사기관이 신속히 수사하고 그 결과를 고발인에게 통지할 의무가 있다. 이는 감독당국 내에서도 외국계 투기자본의 ‘치고 빠지기’식의 매매행태가 도를 넘어섰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외국계는 외환위기 이후 한 푼의 달러가 아쉬운 국내 상황을 악용, 각종 편법거래를 통해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동시에 금융시장을 교란시켜왔다. ◇외국계, 국내 투자자에 손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헤르메스는 삼성물산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린 뒤 보유주식을 한꺼번에 팔아 292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특히 이 같은 주가조작 와중에 헤르메스의 해당 펀드매니저도 개인적으로 주식을 매수, 5,400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겨 빈축을 사고 있다. M&A 테마에 편승, 뒤늦게 주식을 산 일반 투자자들만 손실을 입은 셈이다. 위법행위로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것은 이날 징계를 받은 외국계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외국계 은행은 전문지식이 부족한 국내 공기업을 상대로 파생상품 영업을 하면서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거래기업에 뇌물을 주는 등 시장질서를 훼손하고 고객의 권익을 침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 동안 투기적인 외국자본에 관대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금융질서를 바로잡을 때”라며 “불공정거래 제재는 당연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헤르메스 건을 이유로 발을 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신력에 치명타 입은 헤르메스 강력 반발=헤르메스의 혐의가 확정될 경우 부당이득의 3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고 관련자에게는 최고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감독당국은 부당이득 규모를 8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헤르메스는 특히 이번 조치로 국제적인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 때문에 헤르메스는 이날 국내 홍보사를 통해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하면서 불공정거래 혐의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어떠한 고의적인 시도가 없었다”며 강력 반발했다. 검찰 조사에 순순히 응할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정태철 금감원 부원장보는 “외국인을 기소하거나 재판정에 세우려면 본인들이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과거에도 외국인을 강제 체포할 수 없어 보통 기소중지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헤르메스가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헤르메스는 소버린 같은 투기펀드가 아니라 영국의 최대 연기금펀드”라며 “주가조작 혐의를 마냥 외면할 경우 한국은 물론 국제시장에서도 신뢰도가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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