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위기대응 시스템 다시 챙기자

“우리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가장 빨리 효과적으로 화재만 진압하면 됩니다. 뒤처리는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지난 1일 새벽 페놀수지를 제조하는 코오롱유화 경북 김천 공장 화재 사건에서 불은 진압했으나 페놀 유출은 막지 못했던 소방관들의 얘기다. 낙동강 페놀오염 사태는 1991년 발생 후 꼭 17년 만에 또다시 벌어졌다. 낙동강 연안 도시들은 또 한번 페놀 사태에 휘말렸다.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긴장했고 1,000만명 주민들은 며칠 동안 불안에 떨었다. 어이없게도 똑같은 페놀오염을 초래한 이번 사태는 화재발생에 따른 초기대응 능력 부족에서 비롯됐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관련 당사자들이 당황해 적절한 대응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는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갖가지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민방위훈련 등도 실시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을 자주 본다. 지난번 숭례문 화재 당시 진압방법을 놓고 관련 기관 간 의견 조절에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국보1호가 사라져버렸듯 이번 코오롱유화 화재에서도 화학공장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유관기관 사이의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화를 키웠다. 소방관들은 물론 화공약품이 폭발하는 중에도 화재 확산을 막고 훌륭히 진압했다. 하지만 화학약품 유출에 대비한 조치는 취하지 못했다. 협조선상에 있는 김천 시청 관계자들은 화재 사실조차 몰라 뒤늦게 허둥대기만 했다. 김천시는 중요한 산업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몰라 비상소집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관계 공무원들은 뉴스를 접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현장을 찾았지만 이미 페놀이 소방수를 타고 하천으로 유입된 뒤였다. 만약 화학원료 유출에 대비한 방재규정이 마련돼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상수원인 낙동강이 또다시 오염되는 사태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항상 무슨 대형사고가 터져야만 대책을 세우는 사후약방문식 처방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말만하면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고 자랑하기에 앞서 대형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제반 분야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국가적 망신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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