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산업 지각변동 막 올랐다/재경원 금융개혁안에 담긴 뜻

◎“더이상 보호막 없다” 경쟁촉발/중개비용 줄여 금리하향 유도재정경제원이 25일 금융개혁위원회에 제시한 올해 금융개혁과제는 경쟁을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경원이 갑자기 이같은 금융개혁과제를 내놓는 것은 새로 출범한 금개위에 정부의 생각과 의지를 미리 제시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과제를 이미 지난해 연말 청와대에 보고를 끝낸 상태에서 대통령이 갑자기 연두회견에서 금개위구성을 발표하자 금융개혁의 방향을 놓고 한동안 당황했던게 사실이다. 따라서 재경원의 이번 과제와 실천계획제시는 「정부안은 이러니 금개위에서 수정할 것이 있으면 고치라」는 통첩인 셈이다.그러나 청와대에서 나온 금개위구성 아이디어 자체가 이같은 재경원안을 토대로 나왔다는 점에서 금개위의 개혁작업도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전망이다. 다만 청와대측은 이같은 정부안이 실행과정에서 과감한 실천이 뒤따를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지않나 하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실 재경원이 내놓은 금융개혁과제들은 금개위가 지향하는 단기, 중장기제와 비슷하다. 우선 단기적으로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신규진입의 길을 터놓는 한편 통화관리방식을 간접통화관리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그렇다. 모두 금융기관들이 예측가능한 시장의 규칙에 따라 서로 경쟁하라는 내용이다. 예금보험공사, 금융기관구조조정에 관한 법률 등 부실금융기관의 퇴출(도산)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상태에서 더이상 정부의 보호는 없으므로 금융기관들이 알아서 살길을 모색하라는 통보에 다름없다. 우선 업무영역의 경우 은행의 지급수단의 발행, 교환, 결제업무, 증권의 주식위탁매매업무, 보험의 보장성보험 판매 운영업무 등 핵심업무 외에는 부수업무에 대한 타금융기관의 진출폭을 넓혀줬다. 이에따라 동업자끼리 제한된 범위에서 벌어지던 경쟁이 전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경쟁으로 격화됐다. 은행 및 투자신탁회사가 취급하는 종업원퇴직적립신탁에 세제혜택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까지는 생명보험회사의 종업원퇴직보험은 기업이 납부한 금액을 전액 손비로 인정하면서 은행 및 투자신탁이 취급하는 종업원퇴직신탁은 손비인정 규모를 불입액의 50%로 제한해왔다. 따라서 은행 등은 종퇴보험시장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했으나 이번조치로 보험사와의 경쟁이 가능하게 됐다. 보험회사수입보험료의 20∼40%를 차지하는 종퇴시장이 잠식당한 대가로 보험사는 은행신탁상품과 유사한 실적배당부 보험상품의 판매가 허용된다. 이같은 업무영역제한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경쟁력이 있는 부문에 특화하든지 업무영역을 확대하든지 앞으로 생존을 위한 영업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촉진위주의 이같은 금융개혁과제는 이미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금융기관이 허다한 우리의 실정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인수, 합병 등 국내 금융산업의 지각변동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또 10대재벌에 대한 부동산투자승인제를 폐지하고 여신규제업종제도를 완화하는 한편 중소기업의무대출비율도 낮추는 등 사회정책적목표를 위해 금융기관에 지워진 부담을 없애나가겠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금융기관을 장사하는 기업으로 만들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금융중개비용을 줄여나가 금리의 하향안정화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금융을 기업으로 보기보다는 공공기관으로 보는 국민정서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최창환> ◎금융권 반응/은행 투신 “환영”·보험 종금 “울상”/은행­종퇴보험 허용으로 자금조달 쉬워져/보험­최대 피해자… 신설사 등 통폐합 예고 재정경제원이 금융개혁위원회에 정부안으로 제시한 금융기관별 업무영역 확대조정 시안을 놓고 금융권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은행과 투신업계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고 증권업계는 그리 손해볼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보험사와 종금업계 쪽은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업무영역조정에 따라 종퇴보험 취급에 대한 은행권과의 경쟁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지방 생명보험사 등 일부 금융기관들의 통폐합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은행권=이번 개편의 최대수혜자이다. 비록 내년부터이기는 하지만 최대 숙원사항이던 종퇴보험 취급허용으로 자금조달이 크게 용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10월말 현재 생명보험업계의 수입보험료기준 종퇴보험 시장규모는 총 5조5천억원대. 전국적인 지점망과 영업력을 갖춘 은행이 내년부터 이 시장에 뛰어들게돼 급속한 시장재편이 예상된다. 또 종금사영역인 융통어음의 할인업무를 직접 취급하게 되고 금융채도 발행할 수 있게 돼 자금조달 및 운용수단의 다양화로 은행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은행 역시 수년간 숙원사항이던 업무구역 제한이 해제돼 반기고 있다. ◇산업·장기신용은행=그동안 독점하던 금융채 발행이 일반은행에 허용됨으로써 수신에 타격을 입게 된 산업·장기신용은행에는 CD, 표지어음 발행 등이 허용됨에 따라 다소의 수지개선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CD, 표지어음 등의 발행허용은 이미 예상됐던 사안이고 점포망 등 영업력에서 소매금융분야에서는 기존은행들에 밀릴 수 밖에 없는 처지여서 밝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투자신탁업계=퇴직적립신탁 업무가 새로 허용됐고 특히 은행권보다 1년 앞서 올해부터 이를 취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경영구조의 획기적인 개선이 전망된다. ◇증권업계=회사채발행이 허용돼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화되고 거액 기업어음(CP)의 매매 및 중개업무도 취급할 수 있게 돼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생명보험업계=이번 개편에 따른 최대피해자로 지목된다.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지목돼온 종업원 퇴직보험 업무의 칸막이가 무너짐으로써 당장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6대 생보사의 경우 전체 보험료에서 종퇴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내외이지만 신설·지방생보사의 경우는 25%내외를 차지, 막강한 은행권의 종퇴시장 참여로 이들 신설·지방생보사들의 치명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따라서 이번 개편으로 신설·지방생보사의 통폐합까지 예상되고 있다. 종퇴보험 개방대신 변액보험의 신설이 허용되지만 별 실효는 없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변액보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증시 등 투자환경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지난 80년대 변액보험을 도입했다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종합금융회사=이번 시안의 가장 큰 피해자중 하나가 됐다며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유가증권 매매업무와 주식인수 주간사업무를 넘겨받긴 했지만 은행과 융통어음 할인업무를, 증권사와 거액CP 취급업무를 각각 나누어 갖게 돼 거대 금융기관과의 정면경쟁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회사별 장점을 고려, 몇가지 업무에 특화하는 길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일부 종금사의 경우 증권사전환도 예상된다.<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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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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