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과 중장비ㆍ시멘트를 지원해달라는 북한 측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의 중요 현안이었던 대북 쌀 지원 문제가 해소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에 피랍된 대승호 및 선원들이 이날 돌아오면서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바뀔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가 긍정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 이번 대북 쌀 지원에 대해 어디까지나 인도적 차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어 본격적인 대북정책 기조변화로 읽힐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진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통일부는 이날 북측이 최근 적십자 채널을 통해 쌀과 중장비ㆍ시멘트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북측 조선적십자회는 지난 4일 오후6시께 대한적십자사 앞으로 쌀과 중장비ㆍ시멘트 지원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한적이 북측의 수해와 관련해 1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제의한 데 대한 수정 제의를 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남측에서 수해물자를 제공할 바에는 비상식량ㆍ생활용품ㆍ의약품보다 쌀과 수해복구에 필요한 시멘트ㆍ자동차ㆍ굴착기 등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면서 "북측의 요청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적의 북한 수해지원 계획에는 북측이 요구해온 쌀과 중장비ㆍ시멘트가 포함되지 않았었다.
현재 정부의 분위기는 북한의 요청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수해지역에 비상식량과 의약품 대신 쌀과 시멘트ㆍ중장비 등을 보내달라고 요구해 이를 수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아직 결정은 안 됐지만 논의의 흐름이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만약 쌀이나 시멘트 등을 보낸다고 해도 일단 인도적 지원에 한정된 것"이라며 "대북 대응의 원칙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부는 현재 쌀ㆍ시멘트ㆍ굴착기ㆍ자동차 등 북한의 요청 품목 가운데 어떤 품목들의 지원이 가능한지, 양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의 지원요청을 4일에 받은 한적과 통일부가 이런 사실을 며칠 동안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지원요청 여부는 그간 관심사안으로 인식돼왔는데도 이를 즉각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6일 북한이 나포한 대승호와 선원들을 약 한달 만에 송환하겠다고 밝힌 후에도 '수해물자 지원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해 통일부 당국자는 "들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가 언론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이를 확인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