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와 가입자 모두 지나친 보조금이 결국 손해가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기업에는 수익성 악화를, 가입자에게는 이용자 차별과 의무약정에 따른 선택권 제한을 가져오는 게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다. 방통위가 규제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보조금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점유율을 올리고 가입자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낮추는 데 이만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997년 이동통신 경쟁체제 도입 후 16년간 계속된 보조금과 제재의 숨바꼭질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보조금을 없앨 수 없다면 이참에 규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보조금 위주에서 직접적인 이용자 차별과 불합리한 요금제 개선에 나서는 게 낫다. 우선 통신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요금체계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 한해 허용되는 데이터와 통화량 이월 또는 이전을 모든 요금제로 확산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당한 이용료를 내고 받은 것을 가입자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베일에 싸여 있는 단말기 공급가와 이통사의 적정 이윤도 이 기회에 공개해볼 만하다. 신규가입과 번호이동ㆍ기기변경에 따라 천차만별인 지원ㆍ할인규모도 하나로 통일시켜 기존 이용자가 역차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27만원 보조금상한제는 그 자체가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다. 실효 없는 규제에 매달리기보다 현실성을 따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방통위는 그럴 수 있는 권한과 수단을 모두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