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코헨 지음/ 청년정신 펴냄
최근의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얼마나 협상력이 부족한가 개탄하게 된다. 무역개방 등 외교나 대외 관계면에서 아마추어 수준의 협상력을 드러내는 정부 관리들 때문에 국가적인 손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조건 밀어 붙이는 것을 능사로 아는 노조 협상 대표들 때문에 철도가 서고 물류가 멈춰 경제활동이 발목을 잡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환란이후 찾아 든 부실기업들의 처리에 있어서도 한 때 30억달러로 평가되던 대우자동차를 약 1억달러에 넘기는 등 불리한 협상 결과가 줄을 잇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민족의 운명을 가를 북한의 핵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협상이 이처럼 중요한데도 우리는 아직 그것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아직 사회적 갈등과 이해관계의 대립을 대화와 타협보다는 투쟁과 압력 등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협상하는 기술과 방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번에 나온 `이것이 협상이다(Negotiate this! by Caring but not that Much)`는 세계적인 협상 전문가로 알려진 허브 코헨(Herb Cohen)의 두번째 작품으로 국제적 외교문제나 사회적인 갈등해결뿐 아니라 개인의 생존과 삶을 개선하는 데에도 협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일깨우고 있다.
40여년간 미국의 거대 기업과 FBI, CIA, 법무부 등의 컨설턴트로 일해 온 저자는 사회적이든 개인적이든 우리의 삶이 낙관적이기 위해서는 `협상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관성에 따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습관을 끊어 내기만 한다면 협상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협상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저자는 현대의 사회생활이 점점 더 협상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협상을 국가나 기업, 또는 집단 사이의 대규모 이권이 걸린 거래로만 생각하지 말고 하나의 생활습관이나 태도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협상 기술을 제대로 익히고 갖가지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생존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개인의 생존마저 위협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협상을 일종의 게임으로 생각하고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말라고 충고한다. 협상의 결과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스스로의 단점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상대방의 장점은 과대평가하게 돼 결국 협상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저자는 협상의 내용보다 스타일을 더욱 중요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상하는 방식, 즉 접근 방식과 매너라고 볼 수 있는 스타일은 종종 협상의 내용보다도 협상의 타결을 결정짓는 관건이 된다는 설명이다.
셋째로 저자는 협상은 항상 이해관계의 불일치와 일치, 동의와 갈등이 복잡하게 얽힌 `혼합된 동기 게임`이므로 형식과 내용에 혼합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절도범으로 잡혀 온 피의자를 취조하는 데 거의 대부분 `좋은 경찰관`과 `나쁜 경찰관`이 존재하는 것처럼 수단에 있어서는 융통성을 두되. 목표를 관철하는 점에서는 완고함에 가까운 결단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밖에 저자는
▲마음 속에 원하는 결과의 이미지를 그리며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 말 것
▲협상의 목표를 `반드시 얻어야 할 것`과 `얻으면 좋을 것`, `교환할 수 있는 것`등으로 구분하고 상대의 필요에 적절히 대응할 것
▲사람은 객관적인 현실이 아니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행동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것
▲상황에 대한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심지어 상대가 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까지도 수집해 둘 것 등을 조언한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프랑스, 독일 등 15개국에서 동시 출간되는 이 책은 저자의 의도대로라면 협상의 제반국면에서 드러나는 복잡한 인간관계에 따른 여러 문제점을 올바로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고 그 문제를 능숙히 다루기 위한 어렵지 않은 방법들을 배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