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론과 현실/이강두 신한국당 의원(로터리)

우리들은 스스로를 지나치게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조울증 환자처럼 별로 근거도 없는 자화자찬에 들떠 있다가 갑자기 한국 사람은 안된다느니, 엽전은 할 수 없다느니 하면서 자기 비하의 나락으로 빠진다. 미국사람, 일본사람과 비교하면서도 희망없는 민족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때로는 일리가 있기도 하고 스스로의 약점을 정확하게 지적함으로써 각성을 촉구하고 의식을 개조하게끔 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게 탈이다.우리를 비하하는 말 중에 도저히 그냥 듣고 넘어 갈 수 없는 말이 있다. 얼마전 몇몇 학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들은 얘긴데, 한국은 이론이 통하지 않는 사회라는 것이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하고 돌아와 소위 일류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분은 자기가 알고 있는 이론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설명할 수 없다면서 한국사회와 민족성의 비정상을 개탄했다. 분위기상 그 자리에서는 그냥 넘어갔지만 아직도 기분이 개운치 않다. 이론이라는 것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어떤 이론으로 역사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이론이 잘못된 것이지 역사와 현실이 틀린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정교하고 그럴듯한 이론이라도 기존의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고 일어날 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 그것으로 그 이론은 끝이다. 이론이 논리적이고 정교하면 좋지만 이론의 생명은 궁극적으로 현실을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앞서 언급한 그 교수의 말은 아마 자기가 외국에서 배운 이론으로 우리사회를 설명하려고 시도 해봤더니 이론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더라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그가 알고 있는 이론이 틀렸거나, 이론이 틀리지 않았다면 외국의 현실에서는 중요하지 않지만 한국 현실에서는 중요한 변수를 모델에 삽입치 않아 그런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론이 맞고 현실이 틀릴 수는 없는 것이다. 자연과학에서는 이런 오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일기예보가 틀렸다면 일기예보가 틀린 것이지 날씨가 틀렸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일기예보를 추출해 낸 이론과 가정과 모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사회현상을 논의할 때 이런 오류가 많이 발생하는데 사회현상에 대한 설명에는 논자 자신의 주관과 심리가 가미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래서 사람이 만든 사회현상은 설명하기도 어렵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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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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