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권의식 있나" 커지는 비판론

'日 집단 자위권 행사'에 정부 모호한 태도 유지<br>미·중 관계 감안 '전략적 모호성' 취하고 있지만<br>"우리측 입장·우려 확실히 표명해야" 여론 확산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가 일본뿐 아니라 미국 및 중국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고 있다지만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에 지나치게 주변국의 눈치를 살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사실상 용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사실상 용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우리 정부가 아무런 입장도 갖고 있지 않다거나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반도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시 우리 측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혀 정부가 사실상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정부는 이날도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명백한 입장은 표명하지 않았다. 조 대변인은 "일본 내에서 집단적 자위권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나름대로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일본과 관련된 국가에 다양한 경로로 표명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모호한 태도는 지난 3일 미국이 사실상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공식 인정한 후 지속되고 있다. 당시 외교부는 "일본의 방위 안보와 관련한 논의가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실제 정부 내부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 표명이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 것은 군사비 부담을 줄이고 중국을 어느 정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집단적 자위권을 반대할 경우 미국을 자극할 뿐 우리에게 실익이 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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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정부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사실상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도대체 이 정부는 주권의식을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딱 부러지게 말 한마디 못고, 미국에 건너가서 용인하겠다는 이야기나 늘어놓는 이 정부를 '한심하다'는 말 말고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겠냐"며 "강 건너 불 구경하는 태도를 넘어 아예 길을 닦아주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이 정부를 우리 국민이 어떻게 믿을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에 일본의 집단 자위권에 대한 우리 측의 우려를 확실히 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한 미국 측에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며 "특히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우경화·재무장화를 미국이 적극 지지하는 것은 동북아 평화에 우려를 주는 행동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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