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조남홍 부회장80년대 중반 유럽의 어느 유서깊은 신학대학에 유학 온 우리나라의 한 젊은 신부가 교포지에 기고한 글이 하도 희한해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글은 바둑과 「고스톱」, 그리고 골프에 대한 예찬론이었다.
그는 바둑은 우주의 천리를 가르치는 오묘함이 있다고 갈파하고 「고스톱」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가르쳐준다고 예찬(?)했다. 골프는 자기수신과 극기를 배우게 한다고 정의했다. 바둑과 「고스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골프에 관한 한 그의 예찬론은 실로 정곡을 찌른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필자는 3가지 측면에서 그 젊은 신부의 골프관에 동의한다.
첫째 골프는 부단한 자기 반성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홀로 기록싸움을 하는 운동중에는 수영, 육상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이들 운동도 부단한 신체단련과 그 기법의 자기반성이 요구되지만 골프처럼 마음과 육체가 일체돼 움직여야 하는 기묘함은 덜할성 싶다. 골프 플레이가 잘 안되는 이유가 100가지가 된다고들 하는데 이유가 많은만큼 반성의 빈도가 잦아지고 따라서 평소 생활습관도 자주 돌아보게 만드는 것같다.
둘째로 골프는 인내를 요구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이 없으면 골프의 묘미를 느끼기 어렵다. 마지막 퍼팅을 성공시켜야 더블파가 된다 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때 그 진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골프는 자기양심과의 싸움이며 정직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가르치는 아마도 유일한 운동이 아닐까 싶다. 볼이 러프에 들어갔다. 주위에 동료 골퍼들이 아무도 없다. 이 때 치기 어려운 곳에 놓여 있는 볼을 좀 옮겨 놓고 싶은 인간적인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이 경우 살짝 옮겨 놓고 친 볼이 제대로 러프를 탈출하지 못하는 경험을 많은 골퍼들이 했으리라. 그것은 스스로 자기를 기만한 심리적 불안의 결과다.
이처럼 골프가 가지는 3가지 특성은 수신(修身)하는데 큰 효과를 낸다.
물론 적당 적당히 라운드하는 사람들보다는 볼 하나하나를 성심성의껏 정신력과 육체의 조화로운 율동으로 쳐 내려고 노력하는 킨 골퍼(KEEN GOLFER)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그 젊은 신부는 부단한 자기반성, 끊임없는 인내, 정직을 키우는 골프의 속성을 터득했기 때문에 골프를 통해 자기수신과 극기를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골프의 속성을 느낄 수 있도록 골프가 저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대중화스포츠로 자리잡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