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지만 이 경우 근로기준법 94조1항에 저촉될 소지가 충분하다.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삭감하든, 정년 이전 시점부터 임금을 줄이든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로조건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94조1항은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특히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줄소송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관련법 통과 당시 임금피크제에 대한 강제사항을 못 박지 않은 부작용인 셈이다.
우리보다 앞서 정년연장을 시행한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은 사법부였다.
일본 Y은행은 정년연장 법제화가 이뤄지기 전인 1993년부터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은 "55세부터 58세까지 3년간 받아야 하는 임금총액이 2,871만엔에서 1,928만엔으로 33%가량 떨어졌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최종심에서 "청구인의 불이익은 인정되지만 정년연장 문제 해결의 조급한 필요성과 55세 이후 근로조건을 고쳐야 할 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충분한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