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폴라로이드의 실패

폴라로이드는 즉석 촬영 카메라로 세계를 석권하며 영상기술의 상징과도 같이 여겨졌던 기업이다. 1937에 설립된 이 회사는 60여년 동안 인스턴트 카메라시장을 석권하였고, 94년에는 23억 달러의 매출에 1억1,700백만 달러의 이익을 내는 종업원 2만명 이상의 우량기업이었다. 이처럼 잘 나가던 폴라로이드는 2001년 10월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고 회사를 정리했고 끝내 투자가에 의해 기업이 인수ㆍ합병되고 말았다. 좋은 기술력에 높은 브랜드 네임을 자랑했던 기업이 넘어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폴라로이드란 이름은 수십 년간 세계적으로 인스턴트 카메라의 대명사였다. 브랜드 네임은 물론 우수한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많이 보유, 첨단의 연구개발을 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았고 탁월한 마케팅을 통한 유통망도 전세계 구석구석으로 뻗어 있었다. 한때 구 소련에 진출한 미국기업 중 제일 성공적인 기업중의 하나였다. 현재 사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미래의 대체상품으로 선정, 사업 전환 전략을 준비했고 이 부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인적ㆍ물적 자원을 확보하면서 성공할 기회도 충분히 있었다. 이 회사는 원래부터 보수적이어서 품질관리가 엄격했고 최고의 품질은 자체생산으로만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전생산과정을 수직계열화하고, 거의 모든 제품을 자체 생산해 왔다. 차세대 제품인 디지털 생산도 종전과 같은 방법인 자체생산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이 회사의 경영진은 생각했다. 그러나 기존시설로 새로운 개념인 디지털 마켓에 적응하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었고, 제품생산에 소요되는 기간도 엄청나게 지연됐다. 만약 이 회사가 핵심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면서 카메라 생산과 이미징 프로세스를 외주에 맡겼었다면 크게 성공했을 것이다. 질 좋은 카메라를 디지털제품에 경험이 있는 가전업체에서 빠르고 싸게 생산 공급하여, 폴라로이드란 강력한 브랜드를 배경으로 거래선의 높은 신뢰를 충분히 활용하였더라면 남보다 먼저 시장을 석권했을 것이다. 자체 기술로 만든 제품이 값이 비싸게 먹혔고, 그 과정에서 제품 개발이 지연됐다. 아무리 브랜드 네임이 좋다 해도 경쟁에서 지는 것은 뻔한 이치이고, 기업은 무너 질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이 상품과 경영기법을 끊임없이 개혁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경영의 과제이다. 이러한 개혁과 변화는 기업의 이익으로 반드시 귀결돼야 한다. 개혁성향만 있거나 창의적이라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개혁적 기업이 되어 이익을 낼 수 있어야 진정한 개혁인 것이다. 미국 기업의 예를 보면 개혁적인 아이디어가 종종 이익보다는 회사에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프록터 앤드 갬블(P&G)은 250여 개의 브랜드 가운데 불과 12개의 브랜드가 매출과 이익의 50%이상을 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238개에 이르는 대부분의 브랜드는 매출이나 이익에 큰 기여를 못한다는 뜻이다. 많은 기업이 창의력을 북돋으며, 신사업을 추진하고 사내 기업가를 키우며 훌륭한 아이디어와 상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를 기업에 이익을 가져오는 성공된 사업으로 발전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고 있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 더 나가서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변화 노력이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대체상품이나 신상품을 개발하는 경우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먼저 변화에 관련된 모든 일을 자사 독자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재고해볼 사안이다. 폴라로이드가 디지털 카메라를 대체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모든 일을 자사 중심으로 해결하려 했던 접근방법은 성공할 경우에는 얻을 것이 크겠지만, 실패할 경우엔 위험 부담이 큰 것이 문제이다. 때론 회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한국의 유행어로 말하자면 `올인(all in)`전략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업의 핵심 주요부분만 자체로 수행하고 대부분을 다른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방법을 추구할 경우 이익을 독차지할 기회는 없어진다. 하지만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여러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다른 기업과 업무를 제휴하여 개발속도를 높이고 소요경비를 절감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를 얻어 효율성을 높일 수가 있다. 어떤 방법이 옳은지의 문제는 회사가 처한 여건과 시장상황 그리고 사업의 타이밍에 따라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변화 노력은 그것이 아무리 놀랍게 창조적일지라도 또 하나의 경비지출과 회사의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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