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퍼시스 신드롬' 안 된다


인류 역사는 재화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말하면 '돈'때문에 숱한 사건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남북전쟁이다.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위해 벌인 거룩한 성전(聖戰)이라는 분석은 초등학생들이나 수긍할 수준이다. 대규모 공장이 있는 북부 지역으로 값싼 흑인 노예인력을 끌어 들이려는 자본의 논리가 빚은 내전이라는 게 합당하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이 자유를 수호하려 했다기보다 자본주의 시장을 뺏기지 않고 사회주의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 참전했다는 게 과학적인 해석에 가깝다.


비즈니스업계에서는 매일매일 돈을 놓고 협상을 하며 투자결정을 한다.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 팔며 주판알을 튕긴다. 대기업이나 중견ㆍ중소기업이나 돈을 벌기 위해서다.

기업이 마음껏 돈을 벌라고 만든 체제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이므로 기업의 사익추구는 오히려 권장사항이다. 기업이 열심히 만들어 팔고 투자하면 국부가 증대되고 일자리가 창출되니 일부 교조적 사회주의 국가 빼고는 기업가정신을 높이 사고 성공한 기업인을 존경한다. 하지만 공동체정신을 무시하고 천하게 돈만 밝히다가는 사회 저변으로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힌다.

기업들이 동반성장과 사회공헌에 힘을 쏟고 공동체로부터 배척당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유다. 특히 굴지의 대기업들은 요즘 포퓰리즘식 '대기업 때리기'에 숨을 죽이며 사회 일각의 비합리적인 요구마저 묵묵히 따르고 있다. 사회적 책임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어른 됐는데 "젖 달라" 강변


요즘 중소업계에서는 '퍼시스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1년 '경제정의기업상'을 받은 퍼시스가 최근 중소기업의 밥그릇을 빼앗는 '위장 중소기업'의 장본인으로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생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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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이 만들어준 각종 중소기업 지원혜택을 누리다 기업 덩치가 훨씬 커져 그만 동생들에게 숟가락을 넘기라고 하니까 갑자기 몸집을 작게 만든 것을 빗댄 신조어다. 퍼시스는 중소기업 조달시장에 남을 목적으로 2010년 조직을 분사해 팀스를 만들었다. 이게 논란이 되자 올 2월 팀스를 종업원지주회사로 바꾸면서 "중소기업 맞거든"을 연신 외치고 있다. 이미 2009년부터 중소기업 졸업 유예기간을 줬지만 퍼시스가 3년간 한 일이라고는 그저 대학생이 다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역진학의 모습뿐이다.

퍼시스 신드롬은 한국 중소기업의 고질적 병폐인 '피터팬 증후군'과 무관하지 않다. 피터팬 증후군은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거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세제 지원 등을 유지하려 회사를 쪼개고 소사장제를 도입해 300인 미만의 작은 회사로 남아 있는 것을 빗댄 말이다.

퍼시스 신드롬이나 피터팬 증후군이나 한국 산업과 경제에는 마이너스다. 대기업으로 성장해 한국의 경제력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산업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 기회를 애저녁에 걷어차기 때문이다. 또 다 큰 기업들이 줄기차게 정부지원을 독차지해 더 작은 기업들이 도움을 덜 받는 자원배분 왜곡의 문제도 심각하다.

도움 받은 만큼 사회적 책임 다해야

해당 기업들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중소기업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중소업계에 만연된 모럴 해저드, 중소기업 범위를 넘어서는 순간 32가지 세제지원을 중단하는 제도 등은 고쳐져야 한다. 특히 3년 유예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중소기업을 졸업한 중견기업에 각종 지원을 일시에 중단하는 것은 산업육성 정책 차원에서 빨리 시정돼야 한다.

다행히 5월이면 정부가 종합적인 중견기업 지원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던 중견기업들도 한데 모여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지원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한가지 중견기업들이 알아야 할 게 있다. 그만큼 공동체가 도움을 준다면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그런 점에서 퍼시스를 비롯 중견기업들은 '퍼시스 신드롬' 의 싹을 싹둑 잘라 버려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있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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