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존 발표대책 '재탕' 일관

■ 서민생활대책 의미와 내용정부가 19일 마련한 서민생활 대책은 기존에 나왔던 정책을 재탕삼탕한 짜깁기식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로 급조된 흔적이 곳곳에 배어났다. 보건복지부ㆍ건설교통부 등 정부 각 부처가 이미 발표했거나 검토 중인 내용을 한데 모아놓은 수준에서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 신용금고가 서민대출자금 약 5,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바람에 겨우 체면만 살린 정도다. 그럼에도 국민정부가 그동안 공약해온 생산적 복지정책이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주요 내용=이날 발표된 내용 중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서민대출용 자금이다. 상호신용금고연합회는 지급준비예탁금 중 약 5,000억원을 신용금고에 지원, 신용도가 낮아 돈을 빌려쓸 수 없는 서민들에게 지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연합회는 이 자금을 대출해주는 직원에 대해 부실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해 서민대출에 대한 문턱을 크게 낮출 방침이다. 임대주택조합제도는 5월 이미 발표된 내용이다. 정부는 당시 서민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소형 임대아파트 건설을 크게 늘리고 내년부터 임대주택을 짓기 위한 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조합에는 집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으며 한사람이 2가구 이상을 분양받아 주택임대사업을 벌일 수 있어 임대주택 건설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사회복지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노인과 장애인에게도 정부의 손길이 가깝게 닿을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저소득층 노인 71만5,000명에 대해 매월 3만~5만원을 지급하는 경로연금 지급액을 점진적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치매전문요양병원을 각 시ㆍ도에 1개소 이상씩 건립할 계획이다. 특히 노인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해 치매ㆍ뇌졸증(중풍) 등으로 고생하는 노인에게 간병ㆍ가정간호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박병원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될 경우 보험금의 일부를 재정에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애수당 지급 대상과 금액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장애인보호 고용인원도 늘어나는 등 장애인 복지도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박 국장은 설명했다. 정부는 또 사회보장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찾아가는 복지'를 실현하기로 하고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사회복지사)수를 올해 안에 700명 늘리기로 했다. ◇국민정부 3년 생산적복지 실패=정부는 이날 지난 3년 동안 중산ㆍ서민층 대책 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 생산적 복지시책을 적극 추진해왔으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사회복지전달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며 노인ㆍ장애인 등 일부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겨우 초보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부유층과 서민층간의 소득격차가 개선되고 있지 않으며 되레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얼마 전까지 소득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던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조세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크게 확대되고 있는 소득분배격차가 올해에도 증가될 것이며 앞으로 산업구조개편이 진행될수록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반성은 앞으로 보완돼야 할 사회안정대책의 방향을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던져준다. ◇세수기반 확대 통한 복지 예산 확충=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정부는 그러나 세금을 누진적으로 거둬들이기보다는 세원을 확대해 복지에 쓸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할 방침이다. 세수기반을 넓히기 위해 비과세ㆍ감면은 점차 축소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도 보완할 계획이다. 부동산관련 세제는 보유세비중을 높이는 반면 거래세(취득세ㆍ등록세)는 높이는 쪽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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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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