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그룹:3/증권 런던법인(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불도저식 경영 4년째 「흑자 행진」/“금융 메카서 국제적 증권사와 「어깨」겨루자”/탄탄한 팀워크 무기 「마켓 메이킹」영업 새시도/작년 순익 16억원… 국내사 해외 개척 “모델”로미국 맨해튼과 함께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꼽히는 영국 런던의 시티가. 자율적인 금융거래 질서가 확립되어 있는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으로 금융정보의 총집산지로 불린다. 규제가 적고 다양한 통화표시의 금융상품거래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따라 세계 각국의 금융, 증권사들이 빼곡히 모여 있으며 국내 증권사만도 LG, 대우, 쌍룡 등 10여개사의 법인이 설립되어 있다. 1.6㎢에 불과한 이곳이 세계 금융의 흐름을 결정하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시티가. LG증권이 이곳에 진출한 것은 지난 86년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면서 부터다. LG증권은 사무소 개설 5년만인 91년 시티가 중심부에 위치한 버클러스버리빌딩 5층으로 이전, 자리를 잡았다. 같은해 런던사무소를 개설하고 그해 8월에 자본금 7백만파운드(84억원)를 투자해 LG증권 런던현지법인(이하 런던법인)으로 전환, 뉴욕과 동경에 이은 3번째 해외지점으로서 유럽시장 개척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증시 사상 최초로 LG가 런던법인을 설립할 당시만 해도 한국증권사들이 이 지역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외국증권사들은 세계증권시장을 상대로 하는 반면 국내증권 업체들은 국내시장만 취급하다 보니 고객기반이 취약하고, 따라서 해외에서는 이익을 낼 수 없다는게 주류였던 것. 그러나 LG는 모험을 택했고, 그 결과는 성공으로 나타났다. 런던법인은 현지채용인 11명을 포함해 16명에 불과한 미니 점포다. 그렇지만 지난 92년 이후 4년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93년부터 순익이 급증하면서 국내증권사 가운데 순익 1위를 기록하는 놀라운 성장을 하고 있다. 당연히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인지도도 가장 높다. 특히 지난 5월에는 해외현지법인중 처음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대형사건(?)을 일으켜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증권업계 사상 처음으로 본사에 1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이다. 지난 95 회계연도에는 경상이익 26억4천만원, 순이익 16억7천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영업환경속에서 본사에 배당금을 지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통한다. 런던법인의 이같은 성공은 이석룡현지법인장(상무)의 불도저식 추진력과 조직운영, 현지직원들의 영업및 운영에 대한 「땀의 결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상무는 지난 91년 현지법인장으로 부임하자 마자 가장 먼저 과감한 조직 개편 작업을 단행했다. 영업조직을 한국인 데스크와 비한국인 데스크로 나누고 현지인 채용을 크게 늘렸다. 한국인데스크는 데스크책임자, 딜러, 영업요원, 파생상품전담요원, 보조요원으로 구성했으며 영업요원을 제외하고 전원 현지인을 채용했다. 비한국인데스크를 둔 것은 해외진출사업및 해외투자를 전담토록해 수익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상무는 조직정비 후 영업에 따른 관리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관리부문에 단 1명의 관리자를 제외한 전원을 영국인으로 대체했다. 런던법인은 탄탄한 팀워크를 갖추고 지난해 2월 당시 국내증권사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던 런던증권거래소 마켓메이킹(Market Making·해외 한국물시장조성)업무를 시작했다. 한국증권업 사상 처음이었다. 런던시장에서 인지도가 향상된데 따른 자신감으로 시작을 했으나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실패할 경우 런던법인은 물론 본사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업이었다. 마켓메이킹이란 어떤 상품의 시장을 형성하는 기능을 말하는 것으로 한국물을 거래하는 중개인으로 한국물 가격을 공식적으로 일정통신망을 통해 공시하고 그 가격범위에 따라 거래를 하게 된다. 그러나 고객이 일정물량의 매매를 요구할 때 응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커 국내증권사의 영역밖에 있었다. 당시 외국증권사들은 한국계 딜러들을 두고 한국물 마켓메이킹업무를 활발히 하고 있었다. LG가 마켓메이킹을 하게 된 것은 설립 초창기 수익원부족으로 고전하면서 비교적 진입이 가능한 분야가 한국물시장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으며 이는 그대로 적중했다. 현지 금융관계자들도 베어링, 슈로더, 바클레이즈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국물시장에서 런던법인이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증권사들은 설립초기부터 과당경쟁과 수익원의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영업지역이 런던으로 제한되어 있는데다 고객도 한정되어 있었다. 특히 주로 한국관련 상품만을 영업대상으로 하는 한국주식 또는 한국물이었기 때문에 한국시장을 놓고 너무 많은 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었다. 설립초기에는 인수영업도 미미한 실정이었으며 모든 한국증권사들의 현지법인들이 일부 개방된 한국주식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주식중개영업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수입원은 극히 불안정했다. 일부 현지법인들은 회사존립에 필요한 수익을 얻기위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투기적인 자산운용 등을 시작하면서 큰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다. 런던법인은 마켓메이킹으로 수익성 향상을 이루었으며 국내 인수영업확대는 물론 파생상품 영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수익성 향상을 위해 조직을 서구적으로 운용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실제로 마켓메이킹으로 많은 해외 기관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유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유동성을 확보, 한국물및 해외물의 해외증권 인수실적이 94년(증권사 회계연도 기준)에 비해 95년도에 86.7%가 늘어난 3억3천6백만달러를 기록했다. LG증권은 런던법인의 이같은 괄목할 활약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중 해외인수 실적에서 정상에 올라서게 됐다. 런던법인의 성공으로 올들어 국내 일부 증권사들이 마켓메이킹을 시작했거나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해외물에 대한 인수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변화와 불확실성의 세계 증권업계에서 런던법인이 국내 증권사들의 살길을 제시, 해외진출의 모범답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런던법인은 탄력적인 조직운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지 국내증권사들이 영업을 국내인이 하는 것과는 달리 가능한한 현지인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 또 매년 연말 결산시 개인별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능력급제를 도입, 업무효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회의는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할 정도다. 런던 증권업계는 국내에 비해 영업인력의 이동이 심하다. 인력확보가 최대현안인 반면 현채인들을 1년단위로 계약하는 관계로 조직변화가 유연하고 의사결정이 신속하다는 장점도 있다. 마켓메이킹으로 확실하게 세계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린 런던법인은 개설당시 런던에 진출한 국내 현지법인이 8개에서 현재 10개로 늘어나고 사무소 7개가 추가로 설립되는 등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앞으로 한국물 의존도를 줄여 나갈 방침이다. 엄청난 경쟁속에서 한국물의 유치도 어렵지만 부침이 심한 국내증권시장만을 의지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이에따라 세계적인 증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공궤도」 진입을 위해 오는 98년부터 홍콩, 대만, 중국물부터 취급을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로 시야를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런던=채수종> ◎인터뷰/이석용 LG증권 런던 법인장/“인재 확보 유럽페이퍼시장도 곧 진출” LG증권 런던현지법인은 올해 국내 해외법인중 처음으로 본사에 배당금을 지급한 기록을 갖고 있다. 한국증권업계의 해외시장 개척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는 런던현지법인을 이끌고 있는 이석용 법인장(상무)을 만나 보았다. ―국내 현지법인의 런던진출 현황은. ▲현재 10개 법인이 영업중이다. 국내증권사의 현지법인들은 진출초기에 비해 한국관련 상품에 대한 영역을 크게 넓혀 위상이 향상됐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물을 제외하면 거의 설자리가 없는 실정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국내기업간 과당경쟁과 수익원의 제한이다. 영업지역이 런던이고 고객도 영국과 유럽으로 광범위하지만 주영업대상이 한국관련 상품이어서 매출이나 수익 향상이 어렵다. ―수익성을 크게 올린 마켓메이킹 실시 배경은. ▲설립초기에 수익원 부족으로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법인을 살리기 위해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가능한 다른 방안을 찾던중 외국증권사들이 한국물의 마켓메이킹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도 가능할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앞으로 계획은. ▲국내외적으로 모든 것이 급변하고 있어 국내지점 중심의 영업만으로는 세계속에서 살아나기가 어렵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유능한 인재들을 보다 많이 확보, 양성하고 이런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현재 한국물에 국한하고 있는 마켓메이킹을 동남아시장으로 확대하고 유럽에서의 페이퍼시장에 참여해 특화할 생각이다. ◎인터뷰/리처드 하워스 헤드트레이너/“능력 만큼 보수… 과감한 미래도전 만족” LG증권 런던법인은 능력급제 도입 등 서구적인 조직운영과 영업조직의 현채인 확보 등 다른 경쟁업체와는 다소 다른 운영으로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런던법인은 총 16명중 11명이 현지 채용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탄력적인 조직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채인중 헤드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리처드 하워스씨(33)를 만났다. ―경력과 LG증권 입사동기는.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10년간 BZW(영)증권사에서 일했다.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관심이 많아 한국증시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지난 94년 기회가 돼 입사했다. ―LG증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래의 변화에 적응력이 뛰어나며 과감하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기업이다. 성취욕과 노력한 만큼의 충분한 보수도 받는다. 한국물만 취급하고 있어 수익성 제고에 한계가 있지만 전문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로서 한국증시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영국의 기관투자가들은 한국증권시장의 외국인 총거래대금중 20%선인 3조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 한국증시가 침체되어 있지만 앞으로 시황은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외개방이 가속화되고 있어 한국물의 프리미엄이 낮아지고 있지만 수익성, 성장성 등에서 여전히 투자매력이 큰 시장이다.

관련기사



채수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