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미리 만나는 미래 블루칩 작가

리움 '아트스펙트럼2012'<br>장보윤·옥정호 등 8명 선정<br>젊은 작가전 6년만에 재개

삼성미술관 리움의 격년제 기획전인‘아트스펙트럼 2012’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삼성미술관 리움

제품의 브랜드가 성능을 보장해 주듯 미술계에도 '브랜드' 있는 행사가 있다. 예를 들어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는 당대 국내 미술계에서 가장 활발한 작가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는 국제적으로 성장할 한국 미술계의 대표주자를 뜻하는 '브랜드'인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신진작가 기획전으로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기획하는 격년제 전시인 '아트스펙트럼'이 최고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김범, 김아타, 이동기(이상 2001년 선정), 정수진, 박미나&사사, 문경원(2003년), 김성환, 이형구, 최승훈과 박민선, 천경우(2006년) 등 출신작가만 보더라도 그 화려함이 입증된다. 2001년 호암갤러리에서 처음 시작된 이 기획전은 2006년 전시 이후 삼성 비자금 수사의 여파로 중단됐다가 이번에 6년 만에 재도약을 시작했다.

9월16일까지 이어지는 올해 '아트스펙트럼 2012'에는 김아영ㆍ김지은ㆍ배찬료ㆍ옥정호ㆍ장보윤ㆍ전소정ㆍ최기창ㆍ한경우 등 8명이 선정됐다.

작가 장보윤(31)은 남들이, 사람들이 버리고 간 사진을 수집해 작업한다. 재건축 현장 등지에 갔더니 가장 많이 버리고 떠나는 물건이 사진앨범과 일기장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이번 전시에는 경주시를 주제로 '천년고도'라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부부의 신혼여행, 가족여행, 아이의 수학여행지로 다양하게 등장했던 경주를 다룬 것인데, 소중한 순간을 기록한 사진도 결국 버려졌음을 통해 허망하고 아련한 공동의 추억을 표현했다.


영상작가 옥정호(38)는 '요가 퍼포먼스'를 내놓았다. 양복을 갖춰 입은 작가가 뻘(개펄)에서 어려운 요가 동작을 하는 작품은 말 그대로 '뻘짓'이다. 어리석어 보이는 이 행동은 예술활동의 의미를 은유한 것. 홍대 앞ㆍ여의도ㆍ낚시터 등지에서 동틀 무렵에 촬영한 요가 영상 역시 우스꽝스럽지만, 먼저 새벽을 열고 남들을 깨우는 예술가의 역할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관련기사



한경우(33)의 작품은 관람객을 작품 안으로 직접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무채색으로 그려진 복잡한 문양의 추상회화 앞에 선 관객은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그 옆 TV화면 속에 실시간으로 등장하는데, 멀끔하던 추상화가 화면에서는 '노이즈 화면'으로 보이는 반전이 숨어있다. 전시장에 놓인 테이블도 카메라를 거치면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 사이의 괴리, 고정관념으로 보는 것들의 오류를 지적한 작품들이다.

구한말 개항기에 영국 해군이 거문도를 점령했던 역사적 사건을 영상작업으로 재구성한 김아영(33), 영국 유학에서 동양인으로서 느낀 문화적 부조화를 초상화 속 여주인공으로 분장해 표현하는 남성작가 배찬효(37)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영화 간판쟁이, 손자수 명인 등 예술과 일상의 경계에 있는 전문가들을 영상으로 기록한 전소정(30),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을 소재로 한 최기창(39), 도시의 구조물에서 사회적 구조를 투영해 낸 김지은(35) 등 미래의 블루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시다. 일반 6,000원ㆍ초중고생 4,000원. (02)2014-6900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