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법감청 자료' 무더기 사법처리 몰고올까

공소시효 일부 남았을 가능성…전직 국정원장들 줄소환 불가피

안기부ㆍ국정원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사상 초유의 국정원 압수수색에서 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CDMA) 휴대전화 감청을 위한 국정원의 자체 개발 장비(일명 카스ㆍCASS) 사용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져관련자들에 대한 무더기 사법처리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압수 자료는 국정원 감청장비 관리자가 `카스'를 `언제, 어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누구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부서별 요청서를 접수받아 정리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이 최근 자체 발표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휴대전화 감청은 없었다고 밝힌이상 당시 `카스'를 이용한 감청은 법원의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높다. 검찰이 19일 국정원 청사에서 압수한 자료는 감청 대상자 40~50명의 범죄 혐의와 명단, 휴대전화 번호를 비롯해 `카스' 사용 신청자와 시기 등이 함께 적혀 있는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수사에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물 내용을 더 분석해봐야하지만 향후 수사에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말해 관련자들의 범죄 입증 자료로 쓰일 수 있음을 암시했다. `카스'를 이용한 불법 감청이 실제로 이뤄졌을 경우 관련자들은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될 수 있다. 그러나 2002년 3월 29일 개정 통비법 이전 불법 행위는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실제 공소시효 안에 있는 범죄는 극히 일부거나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스'는 국정원이 1999년 12월 CDMA 방식 휴대폰 감청을 위해 자체 개발했다가CDMA-2000 기술 도입을 계기로 2000년 9월께 사용을 중단한 장비이다. 따라서 폐기 직전 이뤄진 불법 감청 행위는 공소시효가 한달 남짓 남은 셈이지만 나머지 범죄는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시효가 완성돼 사법 처리가 어렵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이 국정원의 `협조'를 받아 이뤄졌고,관련 압수물도 국정원이 거의 자발적으로 검찰에 건네 준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있다. 압수수색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검찰이나 국정원 모두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여서 사법처리를 받지 않는 선에서 국정원이 적절한 자료를 건넸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카스' 사용은 국정원이 이미 진상조사 자체 결과 발표 때 언급했던 내용으로 장비 효율성도 떨어지는 데다 사용 기간도 짧았기 때문에 사용 내역이 일부드러나더라도 파괴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일찌감치 나왔다. 그러나 관련 내용을 수사하다 새로운 범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실무자들은 아니더라도 당시 국정원을 지휘한 국정원장, 차장급 등 고위 간부들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검찰은 그동안 미뤄오던 천용택 전 국정원장을 이번 주에 소환해 도청과관련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또 임동원, 신건씨 등 DJ 정부 때 국정원장들과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 등 전직 안기부ㆍ국정원 고위 간부들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 검찰은 카스 사용 목록에 등장하는 국정원 직원 등의 공소시효가 남아 있더라도 사법처리 보다는 도청의 실체 규명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적지않아 보인다. 검찰이 그동안 이번 수사 목적이 도청 관련자 처벌 못지 않게 도청 실태를 밝히는 데 있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실무급 처벌보다 도청 실태를 밝히는 데 무게를 둔다면 일종의 `폴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을 염두에 두고 카스 사용 목록 등을 국정원 추궁 자료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안기부 도청 조직 `미림' 팀장이었던 공운영씨로부터 274개의 도청테이프를 압수한 검찰이 휴대전화 감청 목록까지 확보한 만큼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여부가향후 도청 실체 규명 노력과 관련해 핵심 관심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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