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SK사태 1년] 그룹해체 위기딛고 `뉴SK` 새출발

지난 2003년 2월 1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사옥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폭발할 지경이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검찰 수사관 10여명이 이례적으로 그룹 회장실 및 구조조정본부 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계는 물론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전분야에 걸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킨 `SK 사태`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SK 사태`1년을 맞아 ▲파장과 문제점 ▲새로운 50년을 맞는 SK의 몸부림 ▲외국인 투자의 현주소 등을 진단해 본다. ◇한국 사회에 전방위 충격파=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정조준은 오너인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간 불법적인 주식 스왑, SK와 JP모건 간 이면거래 의혹 등이 빌미였다. 그 이면에는 참여정부 출범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힘겨루기를 하던 검찰이 `원칙 수사`로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SK네크웍스(옛 SK글로벌), SK해운 등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져갔다. 검찰이 지난해 3월11일 SK네트웍스가 1조5,000억원 대에 달하는 분식을 저질렀다고 발표하자 증시가 연중 최저치인 534.74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국내 금융 시장이 요동을 쳤다. 또 재벌의 투명성 논란이 다시 한번 거세게 불거지는 한편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기업에 대한 인수ㆍ합병(M&A) 빌미를 제공했다. 특히 분식회계 등을 통해 조성된 거액의 비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정치권에 유입된 것이 확인되면서 검찰 수사는 삼성, LG, 현대차, 한화 등 주요 대기업으로 확대, 기업 총수와 거물 정치인 등이 줄줄이 소환됐으며 그중 일부는 사법처리 됐다. `차떼기` 등 각종 신조어를 양산한 검찰 수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또 정치개혁 압력을 증폭시키는 한편 오는 4월 총선에도 큰 변수로 떠올랐다. ◇SK, "힘겨운 1년"= 그룹 해체위기까지 직면한 SK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그룹의 양 기둥인 손길승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구속됐으며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은 강도높은 수사로 건강이 악화됐다. 또 SK네크웍스가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데 이어 SK증권ㆍ생명ㆍ투신운용 등 금융 계열사와 워커힐 호텔 등이 매각 대상에 올라 있고 추가 구조조정으로 전체 계열사수를 대폭 줄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외국계 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지분 매집 이후 적대적 M&A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경영권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뉴 SK` 원년으로 삼는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았지만 변변한 기념식조차 열지 못했던 SK 그룹은 올해 `뉴(New) SK`로의 변화를 다짐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투명경영을 통해 `재벌식 그룹 경영`을 원천 봉쇄하는 한편 SK㈜ㆍSK텔레콤을 중심으로 에너지ㆍ통신전문 기업으로서 미래 성장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최근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 "가장 선진적인 지배구조로 평가 받고 있는 미국 GE보다도 더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이사회로 만들겠다" 며 "SK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최선의 대책은 미래 경쟁력 확보와 함께 투명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SK는 그룹 지주회사격인 SK㈜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율 70% 이상 확보, 투명거래위원회 신설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강력한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경영권 방어에 초비상= SK가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하려면 첫 단계로 오는 3월 SK㈜ 주총에서 사내외 이사 선임과 관련한 소버린과의 표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SK 관계자는 "소버린은 주식 평균 보유기간이 4년 이상인 장기투자가라고 강변하지만 이는 5년 후쯤에는 빠져나간다는 의미"라며 "소버린이 최 회장 등 현경영진을 무력화 시키고 최대한 단기 차익만 챙길 경우 SK㈜의 중장기적 기업가치 향상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현재 SK그룹의 지분율은 우호세력을 포함해 36%, 소버린은 25% 가량이다. 외국인 지분이 50%에 이르는 데다 소액투자자 비중도 12~13%에 달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최근엔 외국인의 SK㈜ 지분율이 50%를 넘어서며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SK는 향후 2~3년 동안 경영권 문제로 몸살을 앓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SK 사태`는 기업이 경영 투명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잃을 경우 이를 회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욱 기자,손철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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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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