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산유국들이 석유를 팔아 번 돈)’가 세계 곳곳의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인재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조짐이다. 이들은 전세계의 똑똑한 대학생들을 자국의 대학원에 적극 유치, 기술 개발을 하기 위해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제시하면서 유혹하고 있다. 오는 2009년 9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압둘라기술과학대학(KAUST)’이 대표적인 예. 자원, 에너지 및 환경, 생명과학 및 생명공학 등의 분야에 특화된 연구 중심 대학원을 지향하는 이 학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세계 10위권에 드는 최고의 학교를 만들겠다며 사재를 출연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만 5조원. 여기에 국내총생산(GDP)의 0.25%를 연구비로 지원한다. 라비흐 인근 홍해지역 약 3,600만㎡에 캠퍼스를 지을 예정이며 캠퍼스 건축에만 2조원이 투입된다. 또 2009년 개원에 맞춰 지원되는 교수 연구비, 학생 장학금, 해외 연구기관과의 공동 리서치 기금 등에만 3조원을 투자하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사우디는 KAUST 캠퍼스 안에서는 여성차별, 다른 종교ㆍ인종에 배타적인 아랍법을 적용하지 않고 학문의 자유와 독립성을 100% 보장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한국 정부의 한 해 교육예산이 5조원, 고등교육 재정이 전체 GDP의 0.6%라는 점, 대학에 온갖 규제가 가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KAUST를 글로벌 대학원으로 육성하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파격에 가까운 장학금 제도다. KAUST의 개교는 2009년이지만 지난 9월부터 전세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입학생을 유치하고 있는데 등록금을 100% 면제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의 등록금과 생활비, 서적 및 컴퓨터 지출비, 경력 개발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학교 측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2명이 이 학교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호주ㆍ중국ㆍ일본ㆍ싱가포르ㆍ인도 등 전세계 인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교 측은 초기에 250~350명의 학생을 모집한 후 점차 확대해 2,000명까지 늘려나갈 예정이다. 장학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직접 하거나 대학 교수로부터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해 11월9일까지 보내야 하며 모든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 장학생 선정기준, 추가정보는 KAUST 홈페이지(www.kaust.edu.sa)에서 조회할 수 있다. KAUST는 세계일류 기관과의 연구ㆍ교육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세계 3대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인도 뭄바이국립공대(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Bombay)를 비롯해 미국 우즈홀해양과학연구소(WHOI), 프랑스 석유연구소(Institut Francais du Petrole), 싱가포르국립대학, IITB(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Bombay),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대학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대학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는 KAUST의 시도를 소개하면서 일부에서는 종교와 인종을 차별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유와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